‘플레이유’가 연 유재석의 예능 신세계

[엔터미디어=정덕현] “무섭지만 짜릿해!” 방에서 찾아낸 해머로 문을 부순 후 유재석은 그렇게 외친다. 영화나 드라마라면 모를까 살면서 해머로 문을 부술 일이 얼마나 있을까. 하지만 방송에서는 문을 부수는 일이 무섭고 짜릿하게 담겨지는 일도 별로 없을 게다. 그런 일은 방송에서는 그리 대단한 일처럼 여겨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카오TV 예능 <플레이유>에서는 이런 모든 행동들과 말들이 새로운 실감으로 다가온다. 그건 유재석이 마치 게임 캐릭터처럼 영문도 모른 채 어떤 공간에 들어와 있고, 그와 함께 시청자들이 라이브 방송으로 연결되어 그 곳으로 체험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흉가체험을 하는 라이브 방송을 떠올려보라. 그냥 걷는 것만으로도, 옆에서 들려오는 미세한 소리에도, 지나치다 발견하는 작은 단서들(?)에도 모든 감각이 깨어날 정도로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이건 공포체험이 아니다. 그런 요소들이 예능적 재미를 위해 들어가 있긴 하지만, 그것보다는 유재석이 시청자들과 라이브 방송으로 연결되어 함께 게임의 세계를 탐험하는 것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어느 방에 갇힌 유재석은 난데없이 주어진 시간 안에 잃어버린 자신의 핸드폰을 찾아 로그인을 하라는 미션을 받는다.

진짜 혼자였다면 더 막막했겠지만, 라이브 방송으로 연결된 시청자들이 끊임없이 던지는 명령이나 의견들을 보며 유재석은 특유의 TMI 토크 본능을 즐긴다. 당장 방을 나가야 하는데 엉뚱하게도 레이저로 잡티 지진 이야기를 하질 않나, 유희열이 이걸 보고 있다는 그런 쓸데없는 이야기들을 계속 떠들어댄다. 물론 시청자들도 엉뚱하긴 마찬가지다. 방을 부수고 나와 폐공장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불안감을 느끼는 유재석에게 여지없이 “2시 방향” 같은 댓글을 달아 공포를 느끼게 하고, “이게 집단지성이냐?”고 유재석이 투덜대자 “집단지송”이라고 재치있는 댓글이 덧붙는다.

재치 있는 댓글들이 방송 자체보다 더 재밌다는 건 이미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부터 확인된 바다. 또 그런 댓글을 놓치지 않고 챙겨 읽으며 그게 얼마나 재미있는가에 강조점을 찍어주는 유재석의 탁월한 능력 또한 빛을 발한다. 사실상 이 방송은 폐공장을 세트화해서 혼자 유재석이 돌아다니며 잃어버린 핸드폰을 찾는 게 전부일 수 있지만, 그 안에서 유재석은 미션을 수행하는 게임적 요소도 풀어내야 하고, 끊임없이 시청자들과 토크를 해야 하며, 때론 몸 개그에 PPL이 더해진 먹방까지 선보여야 한다. 짧은 시간이지만 그걸 꽉꽉 채우는 건 유재석만이 가진 능력이 아니면 쉽지 않은 일들이다.

일단 라이브 방송으로 찍은 후, 그것을 다시 압축한 편집본으로 만들어내는 방식도 이미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시도한 바지만, <플레이유>에서는 그 묘미가 더 강력해졌다. 형식 자체가 게임 속으로 들어와 있는 캐릭터 유(유재석)가 시청자들과 소통하며 미션을 해나가는 방식이라, 라이브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자막이나 효과음, 음악 같은 편집들이 더해지면서 진짜 게임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실감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라이브 방송을 이미 봤어도 편집본을 보면 또 재미있게 느껴질 수 있는 이유다.

사실 그 누구도 새로운 미션에 툭 던져져 그걸 해내라고 하는 일에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는 없을 게다. MBC 예능 <놀면 뭐하니?>가 초반 부캐 프로젝트를 연거푸 하면서 재미를 줬던 건, 유재석이 진짜 당황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그 부캐 미션 속에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유재석은 ‘유느님’이라 불릴 정도로 어떤 상황 속에 들어가도 그것을 재미있게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예능인이 되었지만, 그래서인지 자신이 모든 걸 통제할 수 있는 상황 속에 놓이는 건 시청자들에게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하게 됐다.

<플레이유>는 유재석의 그 찐당황하는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게 해주면서도, 동시에 그가 이를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예능으로 등장했다. 색다른 상황에 떨어지는 건 당혹스럽지만, 유재석만큼 게임 상황을 풀어내는데 재미를 느끼는 인물도 없다. 그래서일까. <플레이유>는 그간 잠시 잠자고 있던 유재석의 엄청난 잠재력을 다시금 깨워낸 느낌이다. 모바일, 라이브 방송, 실시간 소통, 게임, 토크, 먹방 등등... 현 시대의 변화를 이 신개념 예능 프로그램에 모두 담겨있다. 그리고 유재석은 그 모든 요소들을 물 흐르듯이 소화해내고 있다. <플레이유>가 연 유재석의 예능 신세계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카카오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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