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상한 유재석 조합? ‘코리아 넘버원’의 취지는 달랐다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출연진만 보면 또 뻔한 유재석 패밀리의 조합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코리아 넘버원’에 출연하는 유재석과 이광수의 조합은 익숙하다. 이미 ‘런닝맨’ 시절부터 호흡을 맞췄고 넷플릭스 ‘범인은 바로 너’에서도 특유의 티키타카 케미를 보여준 바 있다. 최근에는 디즈니플러스 ‘더 존: 버텨야 산다’에서도 합을 맞췄다. 이 정도면 거의 예능 콤비라고 불러도 될 법한 조합이다.

게다가 ‘코리아 넘버원’을 연출한 정효민 PD는 이미 유재석과 유사한 ‘노동 예능’이었던 ‘일로 만난 사이’를 함께 했던 인물이다. 실제로 ‘코리아 넘버원’은 그런 점에서 ‘일로 만난 사이’의 넷플릭스 버전 같은 유사점이 있다. 애초 ‘일로 만난 사이’는 그 모델이 ‘체험 삶의 현장’이었던 예능 프로그램이다. 유재석이 매회 게스트를 초대해 힘겨운 노동을 통해 담아내는 웃음과 토크가 콘셉트였던 프로그램.

실제로도 ‘코리아 넘버원’은 여러모로 ‘일로 만난 사이’를 떠올리게 하는 구석이 적지 않다. 이광수와 티격태격하며 만들어가는 케미의 재미가 예능적인 맛을 살리고, 그들이 하게 되는 너무나 힘겨운 노동에서 그 고통이 만들어내는 웃음이 있다. 물론 노동이 소재이기 때문에 그 땀이 어떤 결과물로 이어지는가에 대해 보상에 가까운 보람이 더해진다.

하지만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플랫폼에 맞춰 있어서인지 ‘코리아 넘버원’은 기존 ‘일로 만난 사이’에 ‘한국의 전통과 노동’이라는 분명한 차별적 요소를 집어넣었다. 매회 하는 노동이 그저 힘겨운 일이 아니고, 한국을 대표하는(그래서 코리아 넘버원이라 부를 수 있는) 장인들이 하고 있는 ‘전통 노동’이라는 점이 그것이다.

장흥에서 국가무형문화재 제와장 김창대 장인을 만나 전통방식 그대로 기와를 구워내는 일이나, 담양에서 50년 간 장류를 담고 있는 기순도 장인을 만나 고추장, 된장, 간장 담그는 일이 그렇다. 또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신안의 갯벌을 찾아가 그곳을 전 세계에 알리는 일을 해온 고경남 갯벌장인을 만나고 힘겨운 갯벌 낙지 잡기 체험을 하고, 서천에서 국가무형문화재 한산 모시 짜기 기능 보유자 방연옥 장인을 만나 전통방식으로 모시를 만드는 일을 한다.

남해의 죽방렴 멸치잡이, 나주의 쪽빛 염색, 부산의 전통 방식으로 하는 막걸리 만들기, 원주의 나전칠기까지, 프로그램에 담긴 노동들은 저마다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문화를 담고 있다. 최근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플랫폼에 의해 K콘텐츠가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고, 그래서 콘텐츠를 넘어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보면 ‘코리아 넘버원’의 취지가 새삼 공감되는 면이 있다.

물론 예능으로서 웃음을 주는 방식은 크게 새롭다고 보긴 어렵지만, 이러한 재미적 요소를 더해 한국 전통문화를 알리겠다는 그 취지는 새롭다. 또한 그 전통문화는 급격히 현대화되고 있는 한국인들에게도 다소 낯설어지고 있는 전통방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영상 아카이브적인 가치도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주로 교양에서 해왔던 일들이지만 예능적인 시도가 더해지니 접근성도 더 좋다.

유재석과 이광수의 조합은 익숙하지만 만만찮은 입담과 예능감을 가진 김연경이 들어오면서 만들어지는 새로운 케미도 나쁘지 않고, 무엇보다 장인으로 전통노동을 알려주기 위해 출연하신 분들이 의외의 예능감을 선보이는 점은 이러한 ‘전통’에 대한 선입견을 깨는 면이 있다. 어딘가 고루할 것처럼 생각됐지만 훨씬 친숙한 모습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코리아 넘버원’은 그 취지만을 두고 봐도 가슴 뿌듯해지는 면이 있는 예능이다. 다소 국뽕적인 요소가 분명히 존재하지만 이것을 유재석, 이광수, 김연경 같은 출연자들이 땀 가득한 노동과 웃음으로 버무려 내기 때문에 그리 부담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전통 노동을 제대로 알려주기 위한 정효민 PD의 연출적인 노력도 엿보인다. 뻔한 조합이라는 선입견만으로 폄하되기에는 충분한 재미와 의미가 있는 시도가 아닐 수 없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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