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닝업’, 케이퍼물의 허구에 현실 정서가 드리워질 때

[엔터미디어=정덕현] 투명인간 취급받던 하청청소부 여성들이 인생 한 방을 높고 벌이는 한판 승부. 이 기획적 포인트만 보면 JTBC 토일드라마 <클리닝업>은 충분히 정서적으로 끌리는 면이 있다. 여의도 증권가에서 수 십 억씩의 거래를 주무르는 이른바 ‘잘난 저들’ 속에서, 하청청소부라는 이유로 갑질 당하고 비하되는 이들이 왜 우리라고 안 되냐는 항변이 그 기획적 포인트에 담겨 있어서다.

어느 날 우연히 윤태경(송재희) 팀장의 내부자 거래 정보를 엿듣게 되고, 그런 거래로 막대한 이익을 벌어들이는 세력이 있다는 걸 알게 된 어용미(염정아)는 그 방에 도청장치를 해놓고 그 내부자 거래 정보를 통해 자신도 돈을 벌어보려 한다. 도박 빚으로 수시로 찾아오는 사채업자 오동주(윤경호)의 괴롭힘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이들마저 이혼한 전 남편 진성우(김태우)를 찾는 현실 앞에 그것이 범죄라고 해도 뛰어들게 되는 것.

그 과정에서 이 사실을 알게 된 안인경(전소민)이 연루되고 맹수자(김재화)가 끼어든다. 소심한 안인경은 윤태경 팀장 방을 청소하다 그들이 비밀거래에 쓰는 휴대폰을 얼떨결에 얻게 되지만 도청장치가 발각되고 내부에 기밀 정보를 빼내려는 이들이 있다는 금잔디(장신영) 감사팀 팀장의 엄포에 이 일에서 빠져나오려 한다. 그건 범죄이고 감옥에도 갈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소에도 과감한 성격인 맹수자는 그 휴대폰 안에서 앞으로 가장 큰 규모의 작전이 있을 거라는 걸 알고는 어용미를 앞세워 윤태경 팀장과 은밀한 전화를 해온 이영신(이무생)이란 인물에 접근하게 한다. 그리고 결국 어용미는 이영신을 통해 작전세력을 만나게 되고, 그 안에 놀랍게도 금잔디 감사팀장도 있다는 걸 알게 된다.

<클리닝업>은 이처럼 무언가를 강탈하거나 훔치는 과정을 담는 케이퍼 장르를 표방하고 있다. 범죄물의 하위장르로서 영화 <도둑들>이나 <오션스> 시리즈 같은 작품의 장르적 성격을 가져와 증권회사 하청청소부 여성들의 버전으로 풀어 놓은 것. 여기서 핵심적인 건 하청청소부 여성들에 대한 심정적인 공감과 지지다. 즉 이 회사의 잘 난 엘리트들은 이 여성들에게 갑질하고 심지어 투명인간 취급하며 무시한다. 그들 앞에서 어떤 정보를 이야기해도 저들이 뭘 이해하겠어 하고 치부하는 것.

<클리닝업>은 바로 이 정서적 지점을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에 대한 시청자들의 지지의 근거로 내세운다. 어차피 저들 잘난 이들도 번지르르해 보이지만 뒷구멍으로 내부자거래 같은 범죄를 통해 제 주머니 채우는 일을 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왜 우리라고 안 되는가. 늘 투명인간 취급받던 이들은 바로 그런 점을 이용해 저들의 정보 가까이 다가가고 그것을 이용하려 한다.

흥미롭게 보이는 스토리 아이디어지만 <클리닝업>은 통쾌함을 줘야 할 이 서사에 아쉽게도 불편한 정서 또한 드리워져 있다. 그건 내부자 거래 같은 주식 범죄의 피해가 저들 같은 가진 자들과 잘난 자들만의 뒤통수를 치는 일이 아니라, 개미 투자자들 같은 서민들을 나락으로 빠뜨리는 일이기도 하다는 인식에서 만들어지는 불편함이다.

케이퍼 장르가 범죄를 저지르는 주인공들을 다루면서도, 그것이 하나의 오락물로 받아들여지는 건 그 범죄의 대상이 부정한 방식으로 치부한 이들이거나, 이미 너무 많은 걸 가진 부자들 같은 그래도 될 만한(?) 이들로 세워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클리닝업>이 향후 지목하는 것이 내부자거래를 하는 이들의 뒤통수를 치는 일인지, 아니면 자신들도 내부자거래에 뛰어드는 것인지가 중요해진다. 그 지점에서부터 이 범죄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통쾌함과 불편함이 갈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