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다마스’, 지성·서지혜의 매력적인 모습에도 반등 쉽지 않은 까닭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최근 시작한 tvN 수목드라마 <아다마스>는 2011년 MBC 드라마 <로열패밀리>를 떠오르게 하는 면이 있다. 단지 두 드라마의 주연이 배우 지성이라서만은 아니다. 두 드라마 모두 엘리트 청년이 구태에 독재적인 재벌가의 우두머리와 심리전을 벌이는 구도가 비슷하다. <로열패밀리>는 오랜만에 복귀한 염정아와 지성의 호연 그리고 JK그룹 회장 역으로 등장 카리스마 있는 악역을 그려낸 故 김영애의 연기로 당시 꽤 화제를 모았다.

반면 <아다마스>는 1, 2회에서 시청자를 사로잡는 힘은 보여주지 못했다. 그 부분은 일단 <아다마스>의 추리소설 책장 넘기는 전개 때문이기도 하다. <아다마스>는 살인 범죄의 증거물인 다이아몬드 화살촉 아다마스를 둘러싼 이야기다. 여기에 배우 지성이 연기하는 쌍둥이 송수현과 하우신이 있다. 검사와 베스트셀러 소설가인 쌍둥이 형제가 아버지를 죽인 살인범의 누명을 벗기고 아다마스의 실체를 찾아가는 복잡한 구조의 이야기다.

<아마다스>는 이 복잡한 전개를 단번에 시청자에게 보여주지는 않는다. 추리소설가 하우신을 따라 추리소설의 책장을 넘기듯 일단 해송그룹 회장 권회장(이경영)의 집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권회장의 며느리 은혜수(서지혜), 진짜 본심을 숨긴 해송 보안책임자 최총괄(허성태), 괴팍한 성격의 권집자(황정민) 등을 만난다. 또 쌍둥이형 송수현 역시 사회부 기자 김서희(이수경)의 등장으로 아버지의 죽음과 얽힌 진실에 가까이 다가간다.

주연배우 지성과 서지혜는 특별한 전개 없는 초반에,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두 배우 모두 등장만으로 집중도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아다마스>의 집중도는 딱 여기까지다.

<아다마스>는 굉장히 많은 인물이 천천히 움직인다. 이야기의 볼륨을 키우기 위해 공을 들인 것은 알겠으나, 요즘의 트렌드에 어울리는 방식은 아니다. 무언가 뿌연 안개 속을 걸어가는 전개에 시청자들은 눈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 TV 화면이 아니라 채널을 돌릴 수밖에 없는 리모컨으로.

여기에 권회장 이경영의 등장은 김빠지게 만드는 면이 있다. 배우 이경영은 영화는 물론 드라마를 넘나들며 중장년의 고집스럽거나 영악한 권력자 남성을 연기해왔다. 이는 약간 이 배우의 밈처럼 되어버린 것도 있다.

그렇기에 잠깐 치고 빠지는 구태 중년남성에 이경영만큼 영양가 있는 선택도 없다. 하지만 <아마다스>의 권회장은 다르다. 권회장은 그냥 전형적인 구태 악역이 아닌, 나름의 미스터리가 있는 중요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비중도 높고, 하우신과 부딪치는 장면들도 상당하다. 하지만 시청자는 이경영을 보는 순간 ‘또경영’이 떠오를 것이고 드라마는 김이 빠져 버린다. 또 배우 이경영 역시 늘 본인 스타일의 연기를 하는 탓에, 권회장의 특별한 점이 부각되기도 어렵다.

권회장을 연기할 그 또래의 배우가 없었다면, 굳이 권회장을 남성으로 만들 이유도 없지 않을까 싶다. 권회장이 여성이어도 딱히 상관은 없을 구조다. 남녀 성별에 상관없이 권회장의 의뭉스러우면서도 카리스마적인 면모만 보여주면 되니까. 과거 <로열패밀리>에서 김영애 배우가 멋지게 보여줬던 것처럼.

권집사 역할을 맡은 황정민도 미스매치기는 마찬가지다. 황정민은 굉장히 연극적이고 유니크한 색채가 돋보이는 배우다. 하지만 권집사의 괴팍함은 그런 식의 유니크함보다는 조금 더 우아하면서도 날카로운 광기가 어울리는 캐릭터다.

이처럼 더딘 전개와 중견배우들의 미스매치로 <아다마스>는 초반에 이미 동력을 잃었다. 지성과 서지혜의 매력적인 모습이 아쉽지만, <아다마스>가 반등의 기세를 타기란 그리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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