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탈출’ 향수 자극한 ‘보물찾기’, 독자 브랜드로 자리 잡으려면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서바이벌예능은 OTT, 웹예능으로 예능 플랫폼이 확장되면서 확실히 자리를 굳혔다. <머니게임>, <공범>, <생존남녀>, <제로섬게임>, <배틀그램>, <도둑잡기> 등등 관련 프로그램과 기획들이 나름 연애예능 못지않게 라인업을 이루고 있으며, 지상파로 역진출하는 과정 또한 비슷하다. 그런 와중에 남다른 스케일을 자랑하는 티빙 오리지널 <보물찾기>가 지난 2일 첫 공개 됐다. 정겨운 제목과 달리 대규모 세트장 속에 숨겨진 현금 5억의 돈을 찾기 위해 24명의 젊은 남녀가 대결을 펼치는 말 그대로 보물찾기다.

연예인은 단 한 명도 출연하지 않지만 캐스팅 면면은 흥미롭다. 아예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유튜브 등을 통해 알려진 크리에이터거나 <지니어스3>의 오현민, <펜트하우스>의 임현서 등 이쪽 장르를 좋아하는 시청자라면 반가운 얼굴들이다. 격투기 선수, 모델, 학생, 대기업 엔지니어, 아나운서 등등 직군도 다양하다. 각기 다른 분야, 플랫폼, 프로그램에서 활동해온 이들이 같은 세계 안으로 들어와 대결을 벌인다. 캐스팅부터 꽤나 신경 쓴 구석이다.

스케일도 대단하다. 처음 만난 밀실부터 함께 생활하게 될 베이스캠프 공간 등 대규모 스케일의 세트장이 펼쳐진다. 스케일이 클뿐더러 자동으로 움직이는 비밀 문과 숨겨진 통로 등의 장치가 나름의 스토리라인에 따라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다. 덕분에 플레이어는 물론 시청자들도 높은 수준으로 몰입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대탈출>의 향수와 약간 스치듯 느껴지는 <오징어게임>의 향기다. 일상을 벗어난 특별한 장소에 모여서 돈을 건 게임 대결을 펼친다는 익숙한 세계관 속에 나오는 로케이션 장소들이 <대탈출> 시리즈 시청자들에겐 무척이나 낯이 익은 공간들이다. 사실상 기획자인 정종연 PD의 퇴사로 인해 <대탈출> 시리즈가 멈출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팬들에겐 반가운 장면이다.

이는 <보물찾기>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제작진은 어른들의 동심파괴 서바이벌이라고 이름 붙인 것처럼 ‘처음부터 욕망을 드러내며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강조한다. 하지만 2회까지는 방탈출 게임을 근간으로 하는 <대탈출>의 볼거리와 반가움이 더욱 크다. 뒤집어 말하면 엄청나게 새로운 세계는 아니다. 팀 단위로 머리를 맞대고 함께 해쳐나가는 <대탈출>의 또 다른 버전이다. 첫 퀘스트에서 협동을 강조하는 <대탈출>식 문제풀이법은 여전히 흥미롭지만 심리전, 직감에 의존하는 순발력, 혹은 협동 이외의 다른 가능성이 나타나진 않았다. 물론, 다양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조합을 이룬 다수의 팀이 경쟁하는 레이스의 긴장감이 추가되었다는 큰 변화가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서바이벌 예능에서 가장 중요한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는 신선함까지 나아가진 못했다.

아직 본편이 시작되기 전이다. 총 8회 중 2회까지 공개된 지금, 이제 막 첫 번째 퀘스트가 정리되는 단계다. 이제 팀 내에서 배분을 놓고, 또 다른 상황들이 연출될 차례다. 철저히 자기만의 이익을 위해 이기적인 선택, 타 팀원과의 친목이나 배신 등 이른바 심리적 갈등과 같은 서바이벌쇼의 자극적인 면모와 오싹한 반전 등이 <대탈출>식의 세계관에 어떻게 연결될지 지켜볼 부분이다.

제작진은 “참가자들이 돈을 분배하면서 벌어지는 이합집산, 나에게 필요한 사람을 얻기 위해 원래 있던 사람을 버리고 어떻게 다시 팀을 꾸리는지, 유대하냐 버리냐가 프로그램의 차별 포인트”라고 했다. 그렇다면 무게중심이 다소 뒤에 배치된 것은 아닌가 싶다. 제작 발표회에서 누누이 강조한 ‘돈에 대한 여러 사람의 관심과 욕망’이 가장 중요한 1,2회에서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팀을 꾸리기 전에 신체적 조건이 열세인 여성 출연자들을 배척하는 분위기, 외국인 멤버에게 지속적으로 날선 지적을 하는 한 참가자의 언행이 눈길을 끌기는 했으나 ‘덕자’ 팀도 그렇고 ‘교주’팀도 그렇고 협동과 긍정의 힘이 역시나 길을 찾는데 도움을 줬다.

<대탈출>을 스케일업 한 <보물찾기>는 <대탈출>을 즐겁게 본 시청자들에겐 여러모로 매력적인 콘텐츠다. 하지만 또 다른 브랜드로 홀로 서기 위해선 자기만의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 제작진은 제작발표회에서 “예능도 결국은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다”는 말을 했다. 돈이 너무나 중요한 시대인 것은 확실하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돈에 관심 많은 시대라기보다, ‘어떻게’가 더욱 궁금하고 중요한 시대다. 방송으로 말하자면 그 돈의 액수 자체에 몰입하게 된다기보다 그 돈을 차지하기 위해 어떤 수단과 능력과 개인적인 선택을 보여주는지가 시청자들의 관심사다. 내가 차지한다는 대리만족보다는 자신을 그 상황에 대입하는 몰입이 더욱 가깝게 와 닿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젠 본격적인 돈 이야기가 얼마나 다른 재미와 볼거리를 가져다줄지 보여줄 차례다. 제작진의 말대로 ‘누가 돈을 가져가야 납득할 것인가’ ‘저 사람은 돈을 가져갈 자격이 있는가’는 협동이 중시되는 <대탈출>에선 해본 적 없는 질문이기에 과연 어떤 새로운 이야기와 인물들의 활약이 펼쳐질지 기대가 된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티빙]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