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본 사람 있어도 한 회만 본 사람은 없을 ‘하트시그널4’
‘하트시그널4’, 혼돈의 카오스에 빠질수록 과몰입되는 연애 리얼리티

[엔터미디어=정덕현] “정말 스튜디오 안이나, 시그널하우스나 혼돈의 카오스의 대현장을 오늘 7회에서 여러분들이 보셨습니다.” 채널A 예능 <하트시그널4>에서 윤종신은 출연자들의 엇갈린 선택들을 본 소감을 그렇게 한 마디로 정리했다. ‘혼돈의 카오스’. 출연자들의 마음과 마음이 엇갈리고, 그 마음을 조금 알아차린 후 상황은 더 복잡해졌다.

이런 상황이 만들어진 건 술을 마시다 갑자기 하게 된 진실게임을 통해서 그간 꽁꽁 숨겨뒀던 각자의 속내가 드러나게 되면서다. 그 중심에 서게 된 남녀는 신민규와 김지영이다. 말을 많이 하지는 않지만 감성적이고 자상한 면모까지 갖춘 신민규와, 누구와도 밝은 에너지를 보여주며 친화력이 좋은 김지영에 마음들이 쏠리게 되면서다.

김지영이 보다 직설적으로 신민규에 대한 마음을 드러냈고, 그간 김지민에게만 집중하던 신민규 역시 김지영이 찾아와 “오빠 혹시 나 일부러 피해?”라고 물어보며 적극적으로 대화를 풀어가면서 김지영에 대한 마음이 다시 열리고 있었다. 하지만 진실게임에서 한겨레가 마음에 계속 두고 있는 이가 김지영이라는 걸 밝혔고, 유지원은 “연하 어때?”라는 말로, 이후신 역시 가장 데이트 하고 싶은 인물로 김지영을 꼽자 신민규는 마음이 복잡해졌다.

누군가와 얽혀 복잡한 관계를 갖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신민규는 특히 같이 방을 지내며 형 동생 하는 친한 관계가 된 한겨레가 김지영을 마음에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적이 놀라는 눈치였다. 결국 신민규가 김지영이 아닌 유이수를 택한 건 그와의 데이트에서 느낀 매력이 작용한 면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진실게임에서 드러난 남성 출연자들의 마음을 확인한 게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김지영에 대한 마음을 진실게임에서 털어놨던 이후신 역시 이러한 경쟁 상황을 피해 그간 가장 편하게 지냈던 김지민쪽으로 화살표를 날렸다.

진실게임에서 확인된 남성 출연자들의 마음은 여성 출연자들의 선택에도 영향을 미쳤다. 신민규에 대한 호감과 관심을 갖고 있었던 이주미는 데이트를 했을 때 너무나 좋은 기억을 가졌던 한겨레로 마음을 틀었고, 신민규와 친구처럼 지내면서도 유지원에 대해 일편단심 마음을 보였던 김지민 역시 이후신으로 마음을 돌렸다. 하지만 여러 출연자들의 마음을 독차지했던 김지영은 신민규를 선택했지만, 정작 신민규가 유이수를 선택함으로써 두 사람의 관계는 다시 엇갈렸다.

윤종신이 말하는 ‘혼돈의 카오스’라는 말이 실감나는 결과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런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는 건 여러 모로 시그널하우스라는 한 공간에서 이들이 함께 지내기 때문이다. 떨어져 각자 연애를 하는 상황이라면 모르지만, 한 자리에 있기 때문에 이들은 누가 누구에게 마음이 있는지를 눈치 채기도 하고, 자신이 마음에 있어도 같이 친구로 지낸 그 정들이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게 만들기도 한다.

물론 보다 관계와 선택이 명확해질 수 있는 방법은 제작진이 더 개입해서 출연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을 어필하고 그래서 치열한 대결과 경쟁구도를 보이게 하는 것이겠지만, 그건 일상의 만남과 엇갈림 속에서 벌어지는 자연스러운 마음의 움직임을 들여다보는 <하트시그널>이라는 연애 리얼리티의 방향성과는 거리가 멀다. 또 이전 시즌들에서 더 많이 했던 것처럼 1대1 데이트를 이벤트적인 방식으로 풀어내면 그 관계들이 보다 선명해질 수 있을 테지만, 이번 시즌 1대1 데이트는 그들 간의 약속을 통해 이뤄지는 방식을 더 많이 쓰고 있다.

이런 데이트가 훨씬 자연스러운 관계의 진전을 보여주는 건 맞다. 하지만 자연스러운 관계의 변화라는 건, 다른 말로 하면 혼돈의 카오스와 다를 바 없다. 당사자들끼리의 마음이 오고가는 것만이 아니라, 당사자들은 물론이고 함께 지내는 이들의 마음까지 들여다보게 됨으로써 그것이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하트시그널4>는 그래서 혼돈의 카오스라는 말이 실감나는 안타까운 엇갈림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것이 어떤 면에서는 시청자들을 과몰입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척척 이어지는 관계가 아니라 조금씩 엇나가는 관계를 보면서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은 커지고 그래서 더더욱 그들의 관계가 모두의 행복을 향해 나아가기를 간절히 바라게 되기 때문이다. 한 번도 안본 사람은 있어도, 한 회만 본 사람은 없을 연애 리얼리티다. 한 번 빠지면 그 혼돈의 카오스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 되니 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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