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인의 탈출’, 빌런들의 악마 같은 서바이벌에 시청자들도 빠져들까

[엔터미디어=정덕현] 시작부터 선한 자들의 줄초상과 악한 자들의 승승장구가 이어진다. 어려서 버림받고 착한 양부모 밑에서 자랐던 방다미(정라엘)는 갑자기 나타난 친모 금라희(황정음)의 집으로 들어가면서부터 지옥 같은 불행길이 열린다. 딸을 조부인 방칠성 회장(이덕화)의 돈줄로만 여기는 금라희는, 방다미가 학교에서 아이를 낳았다는 가짜뉴스에 휘말려도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고 심지어 자신이 딸을 버린 비정한 엄마라는 사실이 밝혀질 위기에 몰리자 딸의 살인을 사주하기도 한다.

방다미가 전학 간 강남 명문 여고의 아이돌 지망생 한모네(이유비)는 자신이 학교에서 아이를 낳았지만 그 사실을 숨기는 걸 도와준 방다미를 바로 그 아이를 난 장본인으로 뒤집어씌운다. 방회장과 함께 살며 그의 유산을 가로채려는 산부인과 의사 차주란(신은경)은, 유산 상속의 경쟁자로 등장한 금라희를 밀어내기 위해 방다미가 임신을 한 사실이 있다는 거짓말을 한다. 결국 방송을 통해 진실을 밝히려던 방다미는 총에 맞아 쓰러지는데, 영상 속에는 총을 쏜 이가 그의 아버지 이휘소(민영기)처럼 꾸며진다. 이휘소는 남철우(조재윤) 형사가 조작한 마약에 방다미 살인 혐의까지 더해져 구치소에 수감된다.

방다미가 죽었고(물론 살아있을 확률이 99%지만) 이에 분노해 처절한 복수를 예고하며 기자회견까지 자청했던 방칠성 회장 또한 구름다리 위에서 금라희와 차주란의 손에 의해 추락해 살해된다. 누명을 벗으려다가 오히려 덫에 걸린 이휘소는 바로 그 방칠성 회장을 죽인 범인으로 몰린다. 또 모든 증거를 은폐하기 위해 양진모(윤종훈)는 주용주(김기두)를 시켜 방다미의 양모의 집에 불을 질러 박난영(서영희)마저 죽인다. 그 화재로 인해 그 집 윗층에 살던 민도혁(이준)의 엄마와 동생도 사망한다. 이런 일이 이렇게 딱딱 맞아 떨어지며 벌어질 개연성은 거의 없지만, 김순옥 작가는 <7인의 탈출>의 이야기를 이렇게 극으로 몰아붙인다.

선한 자들이 줄초상을 당하고 악한 자들은 ‘떵떵’ 거리며 사는 그 상황을 전면에 꽉 채워넣는 이유는 딱 하나다. 김순옥 작가의 세계가 늘 그러하듯이 처절한 복수극을 위한 밑그림을 그려 놓기 위함이다. 방다미가 죽고 방칠성 회장이 뭔가 시원한 사이다 복수를 해줄 것처럼 여겨졌지만, 그마저 좌절되면서 시청자들이 느끼는 ‘고구마 지수’는 한층 높아졌다. 누구 하나 저 빌런들을 쓸어버릴 인물이 사라진 것처럼 보이며 답답한 상황이 만들어진 것.

사실 고구마와 사이다를 오가는 방식의 복수극을 펼치는 김순옥 월드는, 강도 높은 수위와 자극을 통해 고구마 전개를 통해 이 개연성이 없는 세계 속으로 시청자들을 끌고 들어간다. 그래서 욕을 하면서도 고구마의 답답함이 비등점에 다다르는 상황을 만들어 시청자들이 사이다를 갈구하게 만든다. 저 빌런들이 어떻게 응징 당하는가를 보고 싶게 만드는 것이다.

그 방식은 <7인의 탈출> 1회 시작 부분에 슬쩍 담아 놨다. 제주도의 어느 리조트로 초대된 빌런들이 방다미로 보이는 인물의 철저한 계획 하에 일종의 생존 게임에 내몰리고 그 과정에서 지옥을 겪는 걸 보여준다. <오징어게임>에서 게임을 하는 이들을 화면을 통해 관람하면서 도박을 하는 VIP들이 있었던 것처럼, <7인의 탈출>은 저 빌런들이 지옥도에서 허우적대는 모습을 그간 그들에게 당했던 누군가가 내려다보는 이야기를 그리려 하고 있다.

너무 뻔한 전개지만 이 고구마와 사이다를 반복하는 복수극은 여전히 힘을 발휘한다. 물론 너무 수위 높은 자극의 연속이 오히려 자극을 둔감하게 만들고, 개연성 없는 세계를 작가가 이리저리 끌고 다니는 작위적인 요소들은 반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과거만큼 효능감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 궁금해진다. 과연 <7인의 탈출>은 <오징어게임>의 요소를 가져온 것처럼 K콘텐츠가 그 탄탄한 완성도로 글로벌한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여전히 시청자들은 뻔해도 고구마와 사이다 놀음에서 마취적인 재미에 빠져들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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