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질란테’가 문제적 인물 남주혁, 유지태, 김소진을 통해 묻는 질문

[엔터미디어=정덕현] “법엔 구멍이 나 있다. 선처를 받으면 안 되는 나쁜 놈들한테 선처를 남발한다. 이제 내가 그 구멍을 메우겠다. 이런 게 정의다.”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비질란테>에서 김지용(남주혁)은 솜방망이 처벌로 풀려난 범죄자들을 찾아가 처단하는 이른바 ‘비질란테(자경단)’다. 그는 평범한 경찰대 학생이지만, 약자들을 괴롭히고 심지어 가정을 파괴하고도 제대로 된 법적 처벌을 받지 않는 현실에 개탄한다. 그래서 밤이 되면 후드티를 입고 그들을 찾아가 사적 처벌을 시작한다.

그의 처벌은 무자비하다. 묻지마 폭행을 가한 가해자들에게는 그들이 한 것처럼 똑같은 폭력을 가하고, 마취한 상태에서 상습적인 성폭력을 저지른 의사 역시 똑같이 마취를 하고 손을 박살 내 더 이상 의사로 살 수 없게 만든다. 초등생을 성폭행하고 감옥에 갔다 출소한 범죄자에게는 무자비한 폭행 뒤 진심이 느껴지는 반성문을 쓰라고 한다. 그는 결국 벽에 피로 쓰여진 ‘천망, 잘못했습니다. 용서’라는 글자를 남긴 채 살해된다.

김지용의 처벌은 무자비하지만, 그가 폭력을 가하는 이들은 처벌 받아 마땅한 인간들이라는 점에서 그 폭력은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준다. 그런 이들을 법이 오히려 보호해주고 있는 현실의 답답함을 이 다크 히어로가 풀어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인물은 과연 히어로일까. 그 역시 살인을 저지르는 범죄자가 아닐까.

<비질란테>는 김지용 같은 문제적 인물을 내세워 정의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비질란테로 불리는 김지용의 사적 처단을 경찰이 나서 막으려 하지만 대중들은 왜 범죄자들이 아닌 비질란테를 잡으려 하냐며 반발한다. 극한 범죄자들을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 법과, 그래서 약자들이 오히려 범죄자들의 위협 속에 살아가야 하는 현실에 대한 반발이다. 그래서 다크 히어로가 등장하고 대중들의 지지를 받는 것이지만 그의 폭력 역시 범법 행위인 건 마찬가지다.

흥미롭게도 <비질란테>에서 문제적 인물은 김지용만이 아니다. 2회 마지막 부분에 등장한 괴물로 불리는 형사 조헌(유지태) 역시 문제적 인물이다. 그는 비질란테 김지용을 체포하기 위해 나선 형사로 탐문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그 실체를 드러낸다. “내가 경찰은 맞는데 니가 아는 그런 경찰이 아니야 내가.” 그는 탐문을 하면서도 무자비한 폭력을 가한다. 형사라는 직업을 빼고 보면 거의 조폭과 다를 게 없어 보이는 폭력이다.

그래서 김지용이 범죄자인가 다크 히어로인가를 묻는 질문 그대로, 조헌에게도 형사인가 괴물인가를 묻는 질문이 가능하다. 김지용은 조헌을 피해 사적 처단을 해나갈 인물이고, 조헌은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김지용을 잡으려 하는 인물로서 그들은 서로 반대편에 서 있지만, 폭력이라는 닮은 지점도 있다. 영웅과 악당으로 나눈다면 누가 영웅이고 누가 악당일까.

여기에 김지용을 ‘비질란테’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만든 기자 최미려(김소진) 또한 문제적이다. 그는 언론의 역할을 한다기보다는 대중들이 원하는 걸 찾아내 보여줌으로써 언론의 힘을 얻으려는 인물이다. 선정적 언론에 대해 쏟아지는 욕에 대해서도 그는 눈 하나 까닥 하지 않는다. “마음껏 욕하라고 하시죠. 욕도 보니까 하는 거지 안 보면 하지도 않아요. 그 사람들이 진짜 우리 팬인 거 아시죠?” 그는 언론이야말로 시청률, 조회 수로 권력을 얻는 것이라며, 자신들의 역할은 시청자들에게 ‘지상 최고의 쇼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김지용과 조헌 그리고 최미려. 이들은 법도 언론도 뒤틀어져 있는 우리네 현실을 극적으로 끄집어내는 문제적 인물들이다. 법의 구멍을 메우겠다며 사적 처벌에 나선 김지용과 그를 붙잡겠다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조헌 그리고 언론의 역할도 시청률, 조회 수 권력으로 얻는 거라며 ‘비질란테 프로모터’를 자처하는 최미려. 이들의 선택은 과연 어떤 결론에 이르게 될까. <비질란테>는 이러한 궁금증과 더불어 그 과정에 담겨질 판타지적 카타르시스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드라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디즈니 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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