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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놀고 싶다”... 말보다 실천 앞서는 송은이에게 박수를
기사입력 :[ 2018-09-03 14:13 ]


스스로 대세를 만든 콘텐츠 크리에이터 송은이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최근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언니들의 먹방이 있다. 최화정, 이영자, 송은이, 김숙이 함께 출연하는 올리브TV의 <밥블레스유>는, 십수 년 간 돈독한 우정을 쌓아온 출연진이 평소 좋아하거나 추억이 깃든 맛집을 함께 찾아가 같이 음식을 나눠 먹는 친목 먹방을 기본으로, 시청자들이 보내준 사연을 듣고 그 고민해결에 도움이 될 만한 음식을 추천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일종의 토크쇼다.

이영자와 최화정의 수영복 패션으로도 화제가 된 바 있는데, 관련해 가장 눈길을 끌었던 기사는 <밥블레스유> PD가 밝힌 프로그램의 탄생 비화다. 어느 날 송은이가 연락이 와 언니들을 모았는데, 우리끼리만 하기가 좀 아까워서 이런 기획으로 방송이 가능하겠느냐는 문의를 했다고 한다. 흥미롭게도 <밥블레스유>의 캐스팅이나 콘텐츠화하는 과정이 기존의 기획 방식이나 캐스팅과는 순서나 개념이 전혀 달랐다.



실제로 올리브TV에서는 처음 보는 콘셉트와 인물들의 조합이지만, 먹방은 이영자와 송은이가 함께하는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시청자나 청취자의 사연을 중심으로 발화하는 기획은 <비밀보장>, <영수증>, <쇼핑왕 누이> 등 송은이와 김숙 표 콘텐츠의 인감도장과 같다. 그래서 <밥블레스유>의 기획/제작 크레딧 자막을 보면 올리브TV와 함께 송은이가 김숙과 함께 설립한 콘텐츠 제작사 VIVO TV의 이름이 함께 올라가 있다.

1993년 KBS 공채 코미디언으로 데뷔한 송은이는 20년째 예능 패러다임을 잡고 있는 강호동, 유재석, 신동엽 등과 그 무렵부터 활동을 시작한 동료다. 유재석 등의 증언에 따르면 꽁트 코미디 시절부터 기획자로 인정을 받으며 활약했고, 그 후에서 안정적인 진행능력으로 여러 프로그램에서 끊임없이 얼굴을 비췄다. 리얼버라이어티의 시대가 되고 여성 예능인의 수요가 더욱 줄어들었을 때도, <무한걸스>와 같은 여성판 리얼 버라이어티를 선보인 바 있다.



그러나 여성 예능인이 설 수 있는 무대가 워낙 좁은 탓에 결국, 섭외가 6개월 이상 뚝 끊어졌다. 적성검사 결과 사무직이 나와 엑셀을 배우고 있다는 자조적인 코미디를 할 정도로 상황은 좋지 않았다. 이토록 막막했을 때 송은이는 캐스팅이 되기만을 계속 기다리거나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뿐 아니라 무대를 잃은 동료들도 같이 활동할 수 있는 판을 만들기로 했다. 백종원처럼 캐스팅 자체가 콘텐츠가 되거나, 유재석, 강호동처럼 캐스팅이 기획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되는 경우는 있어도, 예능인이 콘텐츠 자체를 직접 제작해 성공하는 경우는 없었다. 그러나 기존의 데이터들은 모두 깨졌다. 김숙과 팟케스트 방송을 시작하고 누구보다 웹예능에 빨리 발을 들이면서 새로운 흐름과 시장을 개척하면서 스스로 대세가 되어 방송가로 금의환향 했다.

올해 활동한 프로그램만 나열해도 <전지적 참견 시점>, <불타는 청춘>, 추석 파일럿 <옥탑방의 뇌부자들>, <히든싱어5>, <판결의 온도>, <하하랜드2> 등이다. 굳이 여성이란 한정된 틀을 씌우지 않더라도 박나래와 함께 현재 가장 활발히 활동 중인 대세 중의 대세다.

더욱 흥미로운 건 자신뿐 아니라, 여성 예능인을 위한 무대, 더 나아가 주변 동료들과 함께 즐거울 수 있는 무대를 디자인했다는 점이다. 그렇게 걸어온 발걸음 하나하나가 의미와 맥락을 갖게 됐다. 예를 들어 셀럽파이브로 인해 여성 코미디언들이 자신의 영역을 주체적으로 마련할 수 있었고, VIVO의 콘텐츠를 통해 송은이는 자신과 동료들이 방송 활동을 다시 활발히 할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 <밥블레스유>도 그런 사례 중 하나다.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 그리고 귀 기울여 들어주는 상냥함, 언제나 함께 어울릴 때 즐거워 보이는 수더분함이 매력이던 ‘송 선배’ 송은이는 이제 MC가 가능한 여성 예능인이 아니라 스스로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새싹PD’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얻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여성 예능인들 혹은 여성 예능이 왜 그토록 힘을 쓰지 못하는가에 대한 논의는 끊임없이 반복된다. 사회 어떤 분야보다 남녀성비나 유리천장이 높은 곳이 방송예능계다. 예전에 여성 앵커는 안경도 못 쓰게 했던 보도국보다도 더 심하다. 남녀의 격차는 수십년 간 점점 더 공고해지고 있다. 그런데 송은이는 매번 뻔한 결론이 나던 이 심심한 논의에 새로운 의제를 갖고 왔다. 기존 관습과 법칙에 익숙한 중견 예능인이 외모로 웃음을 자아내거나 모성이나 부부 관련 사연을 담당하거나 서브 MC 역할에 국한된 코미디를 넘어선 여성 예능을, 여성이라도 충분히 웃길 수 있는 예능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마치 미국의 티나 페이처럼 말이다.

재밌게 살겠다며 스스로 지속가능한 직장을 마련한 그 자체로도 매력적인 스토리를 갖고 있지만, 수상소감이나 <불타는 청춘>, <인생술집> 등에서 반복해서 남긴 ‘가능한 더 많은 동료들과 열심히 즐겁게 놀고 싶다’는 말을 실천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도전이 우리 방송가에 얼마나 더 큰 변화를 가져올지 궁금하다. 오늘날 송은이는 리얼 버라이어티 시대에 접어든 이후 더욱 남자들의 세상이 된 예능에서 가장 극적인 변화를 가장 세련되고 진취적인 방식으로 이끌어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올리브TV,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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