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청’의 청정한 에너지를 볼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20152월 시작해 6주년을 맞이한 SBS 예능 <불타는 청춘>이 뜨거운 안녕을 준비 중이다. 여전히 동시간대 경쟁력 있는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고, 최성국을 중심으로 한 탄탄한 코어에 김경란, 김찬우 등 계속해 새 친구들을 영입하는가 하면, 윤기원, 이하늘, 이의정 등 반가운 친구들이 한 번씩 얼굴을 내비치는 등 쇄신과 부흥의 움직임도 꾸준히 가져가고 있다. 하지만 현존하는 예능 중 가장 이질적이었으며, 또 가장 따뜻했던 그들의 청춘은 이제 또 하나의 추억으로 기억될 예정이다. 작별 인사는 다음을 위해 남겨두기로 한다. 6주년 특집으로 진행 중인 김찬우편은 이런 사실과 별개로 <불청>의 도란도란 옛 이야기를 나누는 정겨운 모습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여전히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불청> 또한 코로나를 겪으며 방송을 쉬기도 하고, 촬영 당일 취소를 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또한 세월이 더해지면서 새롭게 영입되는 멤버들의 나이는 젊어지는 추세지만, 암모니아라고 불리며 초장기부터 활약하는 멤버들은 부쩍 늘어난 김도균의 휴식시간, 전반적으로 떨어진 운동능력(박선영 제외)이 드러내듯 함께 나이를 들어가고 있다. 그렇게 함께 보낸 6년이란 시간을 기념하는 의미로 올타임 섭외 1순위이자 시청자 게시판의 지분율을 꿰뚫고 있고, 거의 모든 회차의 에피소드를 파악하고 있는 김찬우가 시청자 대표로 출연해 예의 그 서글서글함을 보여줬다. 반가운 얼굴과 함께 1990년대 옛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면서 오래도록 그들의 여정을 지켜봐온 시청자들과 또 하나의 추억을 쌓았다.

웃음과 거친 들숨이 난무하는 운동과 게임, 한 끼 밥을 해먹는 과정, 시골집 방에 이불 펴고 둘러앉아 그 시절 추억거리들을 하나씩 꺼내는 이야깃거리, 하나의 가족이기도 하면서 여전히 남녀관계에서 긴장감이 감도는 러브라인 코드까지 김찬우는 기존 멤버들을 리드하는 동시에 TV속에 들어간 것처럼 완벽하게 체험했다. 시청자들에게도 그런 대리체험의 감정을 조금이나마 느끼게 했다. 화요일 예능의 왕좌는 내줬지만, 여전히 복닥거리면서 준비하는 한 끼 식사에서 삶의 아픔을 어루만지며 함께 살아간다는 동질감을 나누고, 사람 사는 모습이 별다를 바 없다는 삶의 보편성을 찾게 되는 따스함은 여전하다.

그럼에도 이 여행을 멈추기로 결정한 데에는 동력 소진이 이유가 됐으리라 본다. TV예능이 중장년층을 바라보며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는 마당에 그동안 유일했던 중장년층 대상 리얼버라이어티가 마무리를 준비한다는 건 내부 평가가 그만큼 좋지 않다는 뜻이다. 따지고 보면 지금의 <불청>은 콘텐츠 측면에서 비평의 여지가 많은 예능은 아니다. <불청>은 초창기 중년의 연애 예능으로 런칭해 캐릭터를 기반으로 한 리얼버라이어티로 전환하면서 대성공했다. TV에서 보기 힘든 중년 스타라는 단 하나의 설정 자체가 워낙 독특하고 이질적이어서 그렇지 10년 전 <패밀리가 떴다> 때의 설계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그 시절 원형 그대로 한 멤버들끼리 할 일을 정하고 자연스럽게 방송을 만들어가는 작법을 고수하고 있는 예능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12>이나 <신서유기>와도 차이가 나는 지점이다. 제작진의 참여 지분이 훨씬 높아져서, 제작진이 또 하나의 멤버이자 메인MC 역할을 맡아 진행을 이끈다.

<불청>이 이들과 다른 길을 걸을 수 있었던 것은 다른 예능에서 볼 수 없는 얼굴이라는 독점 콘텐츠, 산전수전 겪은 베테랑답게 방송에 부담을 갖기보다 편안하게 임하는 분위기, 그리고 시청자들도 공감할 수 있는 추억과 아픔을 공유하면서 느끼는 동질감 덕분이다. 하지만 2~3년 전에 비해 시청률도 그렇지만 지금 멤버들로 만들 수 있는 이야기, 커뮤니티의 끈끈함,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간다는 역동성이 크지 않게 느껴진다. 방향을 젊은 세대(40대 초반)의 러브라인으로 가져가면서 가족 같은 끈끈함도 조금은 점성이 떨어졌다. 전성기를 함께 보내왔던 고정멤버들이 줄어들고, 새로운 인물로 바뀌는 과정에서 나타난 변화다. 울타리의 범위는 훨씬 넓어졌지만 각 멤버들을 연결하는 연골의 탄력은 닳았다.

한 번씩 정체기가 올 때마다 <불청>은 대형 이벤트를 통해 상황을 반전시켰다. 가장 빛나던 한때였던 2016년과 2017년의 홍콩, , 보라카이 여행으로 캐릭터쇼를 기반으로 하는 커뮤니티는 정점으로 올라섰고, 3주년 대시청자 이벤트 보글짜글 청춘의 식당’, 김국진과 강수지가 돌아온 불청가요제등은 다소 침체된 분위기를 역전시키고 (시청자를 포함한)커뮤니티의 결속을 강화했다. (제작진의 선택과 출연자의 상황으로 인한) 인적 구성의 변화도 잦은 요즘 이런 대형 이벤트가 절실하나 코로나로 인한 좁아진 행동반경이 뼈아프게 다가온다.

중장년층 위주로 넘어간 TV예능 콘텐츠 흐름을 앞서 실험했고, 함께 모여 밥 짓고 게임하고 함께 자는 리얼버라이어티의 원형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는 포맷의 독특한 예능이 끝을 향해 달리고 있다. 출연자들이 반가운 얼굴을 만나면 가장 많이 먼저, 많이 말이 그대로다”, “옛날이랑 똑같다. 애정과 반가움, 무엇보다 각인된 기억이 만드는 이른바 추억 보정이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지난 세월을 맞이하는 게 콘셉트인 프로그램이라고 하지만, 그 사이 또 한 세대, 시간이 지나갔을지도 모르겠다. 3~4년 전 전성기 시절 멤버들이 뜸해지듯, 그 시절 시청자들이 이탈했을 수 있고, 젊어진 러브라인 이외에 새로운 시도가 어려웠을 수도 있겠다. 늘 그 자리에 있는 것 갖지만 그러기 위해선 부단한 변화와 에너지레벨을 유지해야 한다. 6년간 부단하게 변화를 거듭해온 <불청>의 청정한 에너지를 볼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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