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때녀’에서 보여준 걸크러쉬 시조새 박선영의 매력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SBS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 파일럿은 올해 초 방영 시 꽤 화제가 됐다. 여성 개그우먼들과 같은 방송사 예능 <불타는 청춘> 멤버들이 여성축구로 한판 시합이라니. 하지만 자칫 명절특집 스포츠 개그로 흐를 가능성이 높던 이 파일럿은 배우 박선영을 통해 새로운 정체성을 얻었다.

사실 박선영은 이미 <불타는 청춘> 등에서 만능 운동선수의 면모를 보여준 능력자였다. 학창시절 내내 육상선수였고, 농구 특기로 대학에 진학한 그녀였으니 어쩜 당연한 일인지도 몰랐다. 심지어 <불타는 청춘>에서 밝히길 대학 시절 여성축구단에 들어갈 마음까지 있었다고 할 정도로, 축구에 대한 애정도 깊은 편이었다. 당연히 <불타는 청춘>에서 남자 멤버들을 능가하는 축구 실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박선영의 이런 실력은 스포츠예능 <골때녀>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50대의 그녀가 보여준 체력과 경기 운용능력, 수비와 공격을 넘나드는 축구기술 등은 정말 놀라웠다. 결국 박선영의 활약으로 <골때녀>는 파이팅 넘치는 여성 스포츠 예능의 문을 연 셈이었다. 이후 올 여름에 정규편성 되면서부터 박선영은 불나방팀의 만능선수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특히 마르세유 턴 기술을 선보이며 축구장을 누비는 모습은 남녀 모두 그녀에게 ‘입덕’하게 만들었다.

사실 50대의 그녀는 <불타는 청춘>으로 돌아올 때만해도 잊힌 추억의 스타였다. 물론 박선영은 1992년 데뷔 때에 나름 이슈를 몰고 오기는 했다. 그녀의 데뷔작은 <아들과 딸>의 옥자로, 출연 분량도 많지 않았다. 고향에서 가출해 서울 공장에 취직한 후남(김희애)과 함께 일하던 짧은 머리의 레즈비언 같은 캐릭터였다. 유튜브에서 볼 수 있는 <아들과 딸> 9회, 10회 16회에 등장하는 화장기 없는 깡마른 모습은 언뜻 배우 이규한과 비슷한 느낌이 나기도 한다.

물론 신인배우이자 배우 지망생도 아니었던 그녀의 날 것 연기는 많이 아쉽기는 하다. 다만 독보적인 분위기 덕인지 짧은 분량의 출연에도 불구하고 여성팬들이 어마어마하게 늘기 시작했다. 이후 이 캐릭터의 연장선으로 여성 회사원이지만 남녀차별에 시달리자 결국 짧게 머리를 자르고 남자 사원으로 변신하는 영화 <가슴달린 남자>의 주인공을 맡는다. 아이러니하게 이 영화 때문에 박선영은 당시 출연하던 MBC <우리들의 천국>에서 하차한다. <우리들의 천국>에서는 머리를 잘라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드라마나 영화와 달리 CF에서 박선영은 샤넬의 히로인 스텔라 터넌트 같은 우아하면서 중성적인 모델로 각광받는다. 커피, 여성복, 화장품 CF 등 오히려 광고 쪽에서 오묘한 매력을 발산한 것이다.

이에 비해 배우로서의 행보는 선택의 폭이 좁아졌는지 하락세를 걷는다. 사실 대중매체에서 그녀는 독특한 이미지로 짧은 기간 소비됐을 뿐이었다. 결국 그녀의 빈자리는 중성적 이미지에 귀여운 매력과 X세대의 쿨함을 더한 신은경, 김지호 등 신인스타들의 몫이 된다.

그렇게 사라진 박선영은 거의 20년을 훌쩍 넘긴 뒤 <불타는 청춘>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과거처럼 독보적인 이미지가 아닌 그녀 특유의 소탈하고 털털한 성격으로 다시 각인되기 시작했다. 특히 <불청>의 남녀 스타 모두 그녀에게 의지하고 그녀와 소통하면서, 어느새 박선영은 <불청>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 잡았다. 비록 본업인 배우로 성공적으로 복귀한 것은 아니지만, 중년 예능의 믿음직한 멤버로 확실히 자리한 셈이다.

<골때녀>는 박선영이 <불청>에서 짬짬이 보여준 그녀의 뛰어난 운동신경을 보여주기에 최적인 프로그램이다. 물론 <불청>에서 드러난 인간적인 매력 또한 <골때녀>에서 드러날 기회가 많다. 열심히 뛰지만 경쟁이 전부가 아니라는 태도. 상대 선수들까지 다독이며 움직이는 스포츠맨십. <골때녀> 속 박선영의 경기를 보면 능력 있는 멋진 여성에 대한 감탄과 상대 선수를 배려하는 여유로운 승부사를 볼 때의 훈훈함이 공존하는 것이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SBS, MBC, 영화 ‘가슴달린 남자’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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