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미디어=정덕현] 도대체 이들이 가진 게 뭔가. tvN 토일드라마 <마인>은 이런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드라마다. 효원그룹이라는 재벌가가 못 가질 게 뭐가 있을까 싶고, 실제로 드라마는 대저택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호사와 사치를 누리고 살아가는 효원가 사람들을 보여주지만, 이들은 어딘가 공허하다.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텅 비어있고, 그 공허함은 이들의 삶을 불행으로 이끈다.

맏며느리 정서현(김서형)은 효원가의 대소사를 주도하는 인물이지만, 누구 하나 따뜻함을 나눌 가족이 없다. 아이까지 있는 이혼남이었던 효원그룹 장남 한진호(박혁권)와 결혼해 가정을 꾸렸지만 말 그대로 정략결혼을 한 인물. 남편의 아들 수혁(차학연)과 살뜰한 모자간의 정 따위는 없다. 그래서 그는 집밖에서처럼 집안에서도 비즈니스를 하는 것처럼 살아간다. 물론 그가 뜨거웠던 적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재벌가에서 동성의 여인(김정화)에 대한 사랑이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둘째며느리 서희수(이보영)는 여배우로서 이 재벌가와는 사뭇 이질적이고 단단한 내면을 가진 인물이다. 경마 같은 운동보다 줄넘기를 하는 이 인물은 재벌가의 격을 말하는 프라이빗 튜터 강자경(옥자연)에게 이렇게 말한다. “난 나를 지킬 거예요. 여기선 그게 제일 힘들어요.” 그는 이 재벌가 사람들과는 달리 ‘나를 가지려’ 하는 인물이다. 그런데 이것을 위협하는 인물이 나타난다. 강자경이다. 아마도 한지용(이현욱)에게 2살박이 아이를 남긴 채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그 인물이거나 혹은 그 인물과 관계된 인물로 강자경은 모종의 비밀스런 욕망을 칼날처럼 숨기고 이곳으로 들어왔다.

<마인>은 우리가 신문지상에서 가끔씩 가십거리처럼 보곤 했던 재벌가 사람들의 결혼과 이혼 그리고 후계구도를 놓고 벌이는 싸움과 심심찮게 나오는 갑질 같은 사건들을, 제목처럼 ‘가진 것’에 대한 질문으로 다시금 들여다보게 하는 드라마다. 이들은 어마어마한 부를 소유한 자들이지만,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처럼 더 큰 욕망의 갈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괴로워한다.

“그들은 지옥에 빠진 거예요. 지옥에서는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프거든요. 만족하지 못하니까...” 효원가 사람들의 불안하기 그지없는 멘탈을 붙잡아주고 관리해주는 엠마 수녀(예수정)는 그래서 이 드라마가 그저 자극적인 재벌가 사람들의 막장으로 가지 않게 해주는 중요한 인물이다. 드라마에 내레이션을 깔아주는 엠마 수녀의 목소리는, <마인> 속 등장하는 재벌가 사람들의 치정과 욕망, 분노, 불안 같은 양태들을 ‘성찰적 시선’으로 들여다보게 해준다.

효원그룹의 장손 한수혁(차학연)이 으리으리한 자신의 방에서 잠 못 들고, 대신 메이드로 들어온 김유연(정이서)의 방에서야 비로소 깊은 잠에 드는 장면은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를 잘 보여준다. 효원그룹을 이끌 차세대 인물로 모두의 시선과 기대가 집중된 ‘다 가진’ 한수혁이지만, 그는 메이드의 자그마한 방에서야 비로소 편안함에 이른다. 어쩌면 그가 갖기를 원하는 건 효원그룹 같은 게 아니라 잠시 숨 쉴 수 있고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김유연과의 시간이나 작아도 포근하게 잠들 수 있는 방 한 칸이었을 게다.

놀라울 정도로 화려한 재벌가의 풍경들을 배경으로 삼고 있지만, <마인>의 시선이 그 삶의 허망함을 성찰하고 있다는 건 이 드라마가 갖고 있는 만만찮은 문제의식을 드러낸다. 우리는 무엇을 가질 수 있으며, 또 가지려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거기 담겨 있어서다. 물론 답은 어느 정도 나와 있다. 저 눈을 멀게 만드는 블루 다이아몬드가 아니라, 우리가 가져야 할 건 바로 ‘나 자신’이라는 걸 드라마는 이미 드러내고 있으니.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