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 냉철함 속에도 연민을 이끌어내는 김서형의 매력

[엔터미디어=정덕현] 이번에도 김서형의 존재감은 독보적이다. tvN 토일드라마 <마인>에서 정서현이라는 인물이 가진 양면을 이토록 강렬하게 끌어낼 수 있는 건 역시 김서형 덕분이다. 효원그룹의 첫째 며느리인 정서현은 둘째 며느리인 서희수(이보영)와 명확히 대비되는 인물이다. 재벌가에서 태어나 그 특별한 삶을 살아온 인물. 효원그룹의 회장이 차기 대표로서 기대할 만큼 냉철한 판단력으로 회사는 물론이고 가족들 문제까지 비즈니스 하듯 척척 해결해내는 인물이다.

차갑기 그지없는 정서현의 일처리 방식은 드라마에서도 내레이션으로 설명된 바 있듯이 마치 ‘체스를 두는 것’ 같은 방식이다. 직접 손을 대기보다는 말을 움직여 주변 사람들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방식. 그래서 이 집의 어르신이지만 감정 조절을 못하고 분노를 표출함으로써 메이드들 앞에 포악함을 드러내는 한회장의 부인 양순혜(박원숙)조차, 그의 앞에서는 양순해지는 카리스마를 가진 존재다.

그런데 이건 정서현의 반쪽이다. 이 복합적인 인물은 서희수에게 의외로 따뜻하고 자상한 면모를 보인다. 마치 이 괴물들이 사는 나라 같은 재벌가에서 서희수를 보호하는 기사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이런 면모가 나오는 건, 정서현의 진면목이 숨겨져 있어서다. 그는 동성의 연인을 사랑했었지만 태생부터 재벌가 사람다운 선택을 했다. 그와 헤어지고 사실상 쇼윈도 부부나 다름없는 효원그룹 장남 한진호(박혁권)와 결혼한 것. 재벌가 맏며느리로 서늘한 얼굴을 한 채 살아가지만, 그 이면에는 그가 잃게 됐던 사랑의 상처가 숨겨져 있다. 이 점은 그가 자신과 달리 사랑해서 재벌가의 둘째 며느리가 된 서희수를 지켜주고픈 마음을 갖게 하지 않았을까.

그 누구에게도 얘기하지 않았던 자신의 헤어진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그는 엠마 수녀(예수정)에게 털어놓는다. “그 사람은 자매님한테 어떤 존재였냐”고 묻는 엠마 수녀에게 그는 말한다. “마인. 내 거여.” 그렇게 말하는 정서현은 눈물을 쏟아낸다. 그 말은 단단하게만 보였고, 뭐든 다 가진 것처럼 보인 그가 사실은 아무 것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걸 드러낸다. 온전한 ‘내 거’는 그 사람이 유일했던 것.

냉철함 속에서도 연민이 느껴지는 정서현이라는 인물을 김서형은 단단하게도 표현해낸다. 그래서 자신의 성 정체성을 알아채고 이를 이용하려는 한지용(이현욱)의 위협 앞에서 맞서는 모습이나, 위기에 처한 서희수를 지켜내는 모습에서 정서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건 그 양면을 잘 소화해낸 김서형의 연기가 한 몫을 하고 있다. 만만찮은 카리스마와 더불어 자신은 물론이고 서희수의 진정한 ‘내 것’을 지켜내기 위한 그의 대결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JTBC 드라마 <SKY 캐슬>에서 김주영이라는 입시 코디네이터로 마치 뱀 같은 섬뜩한 카리스마를 선보이며 연기자로서의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던 김서형은 이후 SBS 드라마 <아무도 모른다>에서 악당들과 싸우면서도 아이를 지켜내려는 좋은 어른이자 형사 역할로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마인>에서도 그의 존재감은 독보적이다. 강인함과 연민, 냉철함과 따뜻함 같은 복합적인 감정의 면모들을 하나로 묶어내 구현해내는 인물이 매력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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