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키타카’ 김구라·탁재훈, 최고의 예능 공격수들의 음악 어시스트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SBS 음악 예능 <티키타카>가 일요일 저녁 시간대에서 선전 중이다. 시작한 지 두 달 정도 된 시점에서 최근 4%를 넘는 시청률(이하 닐슨코리아)을 기록하는 등 일요일 늦은 저녁 시간대 예능 순위 최상위를 노려보는 추세다. <티키타카>는 노래방 시설이 된 버스를 타고 서울 시내를 돌면서 게스트의 노래도 듣고 토크도 나누는 음악 예능이다.

<티키타카>의 가장 돋보이는 점은 탁재훈·김구라 투톱 MC다. 악마의 재능이라 불리는 ‘미친’ 입담 탁재훈과 독설로 유명한 김구라는 예능을 스포츠에 비유하면 강력한 골 결정력을 가진 최고의 공격수들이다. 이 둘과 규현, 음문석이 호흡을 맞추고 있다.

탁재훈과 김구라는 중간중간 노래 시간에는 입 다물고 있어야 하는 음악 예능보다는 격렬한 토크 공방이 방송 내내 이어지는 찐 토크쇼가 훨씬 어울려 보인다. 사실 둘은 같이 했던 음악 예능이 잘 안된 경험도 있다. MBC <일밤>의 ‘오빠밴드’에서 처음으로 둘이 호흡을 맞춰봤지만 프로그램은 별 반응을 얻지 못했다.

둘의 시너지가 빛을 발한 프로그램은 <일밤>의 ‘뜨거운 형제들’이었다. 박명수도 함께 한 이 프로그램에서 아직까지도 예능 웃음 폭탄의 전설로 회자되곤 하는 아바타소개팅을 통해 탁재훈과 김구라의 1+1이 얼마나 커질 수 있는지 확인됐다.

함께 프로그램을 하는 경우는 아니지만 김구라가 진행하는 <라디오스타>에 탁재훈이 출연했을 때도 오래 기억되는 방송분들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런 둘이 <티키타카>에서 다시 만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예능팬들은 예능 공격수 끝판왕인 둘의 호흡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궁금해했다.

사실 <티키타카>는 포맷 자체가 획기적인 프로그램은 아니다. 차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토크를 하는 예능은 이미 있어 왔다. 노래를 듣고 토크하는 음악 예능은 꼽기 힘들 정도로 흔했고 지금도 많다. 통유리 버스로 돌아다니다 보니 스튜디오 음악 예능보다는 배경 변화가 있다는 차이가 있지만 그렇다고 이런 점이 대단한 호소력을 가진 예능적 장치라고 할 정도는 아니다.

<티키타카> 선전의 이유를 찾다 보면 역시 두 MC에게 눈길이 먼저 간다. 그런데 탁재훈과 김구라가 방송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기대와 좀 다르다. 지난 6일에는 봉태규와 조세호를 메인으로 모처럼 토크 분량 많은 회차를 보여줬지만 대개 <티키타카>는 둘의 토크 공방으로 이끌어가기보다 음악을 돋보이게 하는 구성을 앞선에 배치하고 있다.

<티키타카>는 일요일 저녁 새로운 한주의 시작을 준비하면서 쉬는 시간대 방송이다 보니 텐션을 높이기보다는 편안함을 위주로 하는 느낌이다. 좋은 음악을 많이 들려주는 것을 중시하고 노래 듣는 시간이 토크 시간보다 상대적으로 길게 느껴진다. 토크 자체도 텐션을 많이 높이지 않는 모습이다.

이렇듯 철저한 시간대 맞춤형 방송 색깔이 좋은 반응을 얻는데 일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탁재훈과 김구라는 압도적인 공격력을 조절하는 듯하다. 난사하지는 않지만 음악 위주의 편안한 전개가 지루해지지 않는데 필요한 만큼의 웃음은 저격해낸다. 능력치 만랩인 공격수가 골 욕심을 줄이고 정해진 팀플레이 틀 내에서 음악을 어시스트하는 맞춤형 전술을 수행하는 느낌이다.

그래서 탁재훈과 김구라는 게스트들을 다른 프로그램에서만큼 쉴 새 없이 몰아붙이지 않는다. 센 공격은 두 MC가 서로를 치고받을 때 종종 이뤄지지만 잦은 편은 아니다. 오히려 보조적 역할을 하는 규현이 두 MC의 빈틈을 찾아 깐쪽으로 건드리며 웃음을 만드는 일이 더 많아 보일 정도다.

독설이나 공격형 입담보다 노래 개그(탁재훈)나 음악 지식 과시(김구라)로 일요일 밤 시간대에 어울리는 편한 텐션 웃음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특히 탁재훈은 입담을 줄여도 노래 개그로도 오래 다시 볼 클립으로 남을 만한 큰 웃음을 만들어내면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있다. 김연자와의 ‘너를 위해’ 듀엣이 대표적이다.

게스트가 가수가 아닐 경우는 아무래도 토크 비중이 커지고 이에 비례해 공격력을 좀 높이기는 하지만 <티키타카>의 기본적인 편안한 톤을 벗어날 정도는 아니다. <티키타카>가 앞으로 좀 더 인기가 높아져 일요일 저녁 최고 시청률 프로그램이 된다면 편안함을 지키는 가운데 음악과 웃음의 균형을 잘 맞춘 결과로 봐야할 듯하다.

그리고 이런 밸런스에는 탁재훈과 김구라의 지분이 커 보인다. 탁재훈과 김구라의 팬들은 <티키타카>를 보면서 둘의 화려한 ‘닥치고 공격’이 그리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둘이 어쩌면 안 어울려 보일 수 있는 일요일 저녁 시간대에도 성과를 충분히 내면 앞으로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 스펙트럼이 더 넓어지고 자주 볼 수 있게 될 테니 팬들도 만족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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