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마더스클럽’ 이요원, 아이교육과 임용문제에 뒤틀린 관계까지

[엔터미디어=정덕현] 제목만 보고는 무슨 골프 클럽을 얘기하는 건 아닌가 하는 착각을 일으켰을 법하다. JTBC 수목드라마 <그린마더스클럽>은 그러나 ‘녹색어머니회’를 말한다. 굳이 이런 있어 보이는(?) 제목을 붙인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생각된다. 직업도 다르고, 사는 배경도 달라 저마다 자기 위치에서는 제 아무리 잘 나간다고 해도, 초등학생을 키우는 엄마들로 ‘녹색어머니회’ 옷을 입으면 다 똑같아지는(혹은 그렇게 보이는) 학부모라는 위치를 이 포장지가 과한 제목은 말해주는 듯하다.

그래서 단박에 떠오르는 건 <SKY 캐슬> 같은 부유층 학부모와 아이들이 사교육 문제로 파탄에 이르는 그런 이야기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굉장한 부유층이라기보다는 다소 서민적인 눈높이의 학부모들이 여럿 보인다는 점이다. 물론 그 중에는 변춘희(추자현) 같은 모든 엄마들이 눈치를 보는 상위동 최고 핵인싸 돼지엄마도 있고, 서진하(김규리)처럼 맘 커뮤니티에 초연한 펜트하우스에서 사는 엄마도 있다. 자식 교육이라는 문제로 인해 엄마들 사이에서도 서열이 만들어지고, 그래서 벌어지는 갈등들이 <그린마더스클럽>에는 첫 회부터 등장한다.

새로 이사 온 이은표(이요원)는 맘 커뮤니티에서 열린 생일파트에 갔다가 아이의 교육 방식을 묻는 변춘희에게 “저는 그런 쪽 엄마는 아니라서요”라는 말 한 마디로 커뮤니티 엄마들로부터 따돌림 당하는 신세가 된 것. 또한 아들 동석이 장난을 치다 변춘희 딸 유빈의 바이올린을 망가뜨리면서 두 사람의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진다. 교수가 되기 위해 공부만 해왔던 이은표는 이 상위동이라는 곳에, 특히 자식 교육 문제에 있어서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런데 학부모들의 자식 교육 문제를 다루는 줄로만 알았던 <그린마더스클럽>은 이은표가 처한 대학 교수 임용 문제가 등장하고, 여기에 과거부터 이미 알고 있는 사이인 서진하(김규리)와의 궁금증을 자극하는 관계가 등장하면서 또 다른 이야기의 줄거리를 뻗는다. 이은표는 프랑스 유학까지 다녀와 박사학위까지 받고 교수 임용을 앞뒀지만 아들이 컴퓨터를 건드리는 바람에 교수를 비판한 글이 전체 공개되면서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가게 생겼다.

또 우연히 재회하게 된 서진하의 집에서 그의 남편 루이(최광록)의 사진을 보는 이은표는 과거 프랑스 유학시절 그와의 뜨거운 관계를 떠올린다. 프랑스 유학시절 이은표와 루이 그리고 서진하 사이에서 불편한 사건들이 벌어졌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집착하듯 이은표를 친구로서 반가워하는 서진하와 그것을 불편해하는 이은표가 향후 루이와 엮이며 어떤 사건으로 이어질 거라는 예감케 하는 구도다.

첫 회만 보면 <그린마더스클럽>은 앞으로 무슨 이야기를 펼쳐나갈 것인가를 종잡기가 어렵다. 그것은 이 드라마의 제목처럼 아직 포장지를 벗기지 않아서일 수 있지만, 또한 여러 이야기를 한 드라마로 묶어내는데 있어서 그것이 유기적으로 잘 결합하지 않아 생긴 문제일 수 있다. 요즘처럼 드라마들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에 첫 회에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를 단박에 내놓지 못하는 건 아쉬운 지점이 아닐 수 없다.

사면초가에 처한 이은표의 이야기는 향후 그가 어떻게 이런 상황을 헤쳐 나갈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을 만드는 지점이다. 하지만 이 여러 소재들이 결합한 이야기가 하나의 통일성 있는 메시지로 묶여지지 않는다면 시청자들의 몰입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하지 않을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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