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캐슬’은 중산층? 그런데 ‘하이클래스’는 왜 상류층으로 안보일까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얼마 전에 <SKY 캐슬>인지 하는 드라마 있었죠? 그거는 대치동 중산층 입시 성공기예요. 진짜 하이클래스들은 그렇게 죽자고 의대에 목숨 안 걸어요. 의대 나와 의사 해봤자 결국 월급쟁이인데 의사 변호사가 돈 많이 벌던 시대는 이제 끝났잖아요.” tvN 월화드라마 <하이클래스>는 첫 방부터 대놓고 <SKY 캐슬>을 중산층 이야기로 치부한다. <하이클래스>가 담고 있는 교육의 이야기는 한 마디로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상류층의 이야기라는 걸 분명히 한 것이다.

초대장을 받아 아들을 제주도 국제학교로 전학시키려는 송여울(조여정)에게 상담사는 그 학교를 이렇게 설명한다. “제주도 국제학교요? 그들만의 리그죠. 아이들에겐 천국이지만. 요즘 조기유학은 꺼리는 추세인데 해외 명문 캠퍼스를 제주도로 옮겨놓았으니 다들 보내고 싶어 안달들입니다. 영어는 기본에 골프, 승마, 오케스트라까지... 솔직히 국내 학교들하고는 차원이 다르잖아요.”

대놓고 <SKY 캐슬>과는 이 드라마가 담는 교육의 이야기는 다르다고 표방했지만, <하이클래스>는 그 이야기 구조가 <SKY 캐슬>과 비슷하다. 대한민국 상위 0.1%가 모여 사는 SKY 캐슬에 동화작가인 이수임(이태란)이 이사 오면서 이 이상한 사교육의 현실을 마주하며, 그 욕망이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 걸 목격하는 이야기가 <SKY 캐슬>이라면, <하이클래스> 역시 대한민국 상위 0.1% 여자들이 자식들을 입학시키려는 제주도 국제학교에 변호사 송여울이 아들을 입학시키면서 그들 사회의 부조리함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다.

물론 <하이클래스>가 다른 건, 스스로 자임하듯 ‘중산층’이 아닌 ‘상류층’의 이야기이고, 학교를 둘러싼 자녀 교육 문제만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그 상류층의 삶 자체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송여울은 아이들 학교 때문에 관계를 맺게 되는 대한민국 상위 0.1% 여자들과 점점 갈등을 만들어갈 것이고 그 과정에서 파국을 겪을 것이며 나아가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가를 찾아가게 될 것이다.

중산층이 아닌 상류층의 삶을 마주한다는 데서 <하이클래스>가 <SKY 캐슬>과 더불어 떠올리게 하는 드라마는 <펜트하우스>다. 물론 시즌3로 오면서 지리멸렬해졌지만, 이 드라마 역시 초 부유층의 부조리한 삶이 자녀들의 교육 문제와 얽혀 파국으로 치닫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른바 상류층으로 지목되는 초 부유층의 삶과 교육문제. 최근 들어 부의 양극화가 끝단까지 치닫고 그것이 후세에게도 대물림되는 현실 때문에 대중들이 특히 관심을 갖는 이 소재를 <하이클래스>도 끌고 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SKY 캐슬>을 중산층이라 치부하는 <하이클래스>가 공개하는 저들의 삶이 상류층의 그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제주도 국제학교라는 공간이나 이들이 가는 카페도 <SKY 캐슬>이나 <펜트하우스>와 비교해 그리 화려해 보이지 않고, 최근 방영됐던 <마인>과 비교하면 소박하게까지 느껴진다.

하지만 무엇보다 <하이클래스>가 제목 그대로 하이클래스의 느낌을 주지 못하는 건 인물들에게서 그만한 권위가 느껴지지 않아서다. 물론 그 권위는 허상일 수 있겠지만, 적어도 대외적인 공간에서 보여주는 건, 범접할 수 없어 보이는 무언가로 포장되어야 했지 않았을까. 그래서 아예 포장이 보이지 않은 채, 첫 회부터 그 비천한 알맹이를 드러내는 이 인물들에게서 드라마가 표방한 진짜 ‘대한민국 상위 0.1% 여자들’이라는 실감이 잘 들지 않는다.

<하이클래스>는 물론 이 이른바 상류층 여자들의 허위와 위선을 고발하려는 드라마다. 그래서 송여울이라는 인물이 다른 직업도 아닌 ‘변호사’라는 건 주목할 만한 설정으로 보인다. 모두가 돈과 지위와 권력으로 저들만의 리그를 만들고 있는 그 세계에, 불쑥 들어온 송여울이라는 인물을 저들은 결코 받아들이려 하지 않을 것이고 나아가 배척하고 차별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송여울의 대결이 드라마의 주요 관전 포인트일 것이고, 여기서 변호사라는 직업은 중요해질 수 있다.

남편이 무엇 때문인지 1년 전 사망했고, 아들도 다니던 학교에서 학폭에 휘둘리다 전학을 가게 된 상황이니 송여울의 삶에는 당연히 그림자가 더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다 보니 <하이클래스>는 전반적으로 어두운 느낌을 준다. 주인공조차 그림자가 잔뜩 드리워진 인물이라, 편히 드라마를 즐기려는 시청자들에게는 진입장벽을 주는 게 사실이다. 이러한 어두운 분위기와 더불어, 부유층과 교육 문제를 엮어 놓은 소재에서 비롯되는 기시감은 이 드라마가 가진 가장 큰 약점으로 보인다.

과연 <하이클래스>는 이런 약점들을 넘어 색다른 이야기를 펼쳐 나갈 수 있을까. <SKY 캐슬>은 ‘대치동 중산층 입시 성공기’라 치부하며 그것보다 더 한 상류층의 삶을 그리겠다 표방했지만, 아쉽게도 아직까지는 그만한 변별점이 잘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너무 많이 소비된 부유층 폭로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을 여전히 사로잡을 수 있을까.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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