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트하우스’, 김순옥표 ‘SKY캐슬’? 소재는 비슷해도 다른 점들은
[엔터미디어=정덕현] 역시 김순옥 작가다. 아마도 SBS 새 월화드라마 <펜트하우스>를 본 시청자분들이라면 이런 생각을 했을 게다. 하지만 ‘역시 김순옥’이라는 그 표현 속에는 두 가지 상반된 뉘앙스가 담겨있다. 하나는 자극 가득하고 현실성을 찾기 어려운 막장이라는 뉘앙스이고 다른 하나는 그럼에도 이 욕망과 피가 펄펄 끓는 이야기에 눈을 빼앗기고 있다는 뉘앙스다.
100층짜리 펜트하우스에 사는 저들만의 세상. 이른바 ‘상류사회’라는 그 표현을 위치적으로 보여주는 압도적인 펜트하우스에서 그들만의 모임을 갖는 심수련(이지아), 천서진(김소연) 그리고 강마리(신은경), 고상아(윤주희) 같은 인물들의 모습은 엄청난 화제를 몰고 왔던 JTBC 드라마 <SKY 캐슬>을 연상시킨다. 게다가 이들이 자녀 교육을 위해 뭐든 하는 그 모습들은 더더욱.
하지만 <펜트하우스>는 <SKY 캐슬>이 제목에 담은 것처럼 사교육 문제에만 집중하기보다는 그것을 포함해 이 높은 곳에 오르고 또 오르려는 욕망들 또한 담으려 한다. 그리고 자녀의 교육과 성공이 부모의 그것을 반복하는 사회의 현실을 천서진과 오윤희라는 인물의 대립구도로 끌어온다.
천서진과 오윤희(유진)가 살리에르와 모차르트로 비교되는 학창시절부터 경쟁하던 소프라노였지만 가진 것 많은 천서진의 부모찬스에 의해 1등 트로피를 빼앗긴 오윤희는 천서진이 휘두른 트로피에 목에 상처를 입고 성악을 포기한다. 그리고 어떻게든 살아가기 위해 자격증도 없이 부동산중개 일을 해가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오윤희의 반대에 불구하고 엄마의 재능을 고스란히 가진 딸 배로나(김현수)가 성악을 하고 싶어하고, 이를 시기한 강마리의 딸 유제니(진지희)가 그에게 누명까지 씌워 학폭위에 딸을 세우자 오윤희는 마음을 바꿔 먹는다. 천서진을 향해 “도둑년”이라 쏟아내며 자식의 성공을 위해 뭐든 하겠다 마음 먹는 것.
그래서 <펜트하우스>는 <SKY 캐슬>의 상황을 가져오지만 복수극이라는 더 강력한 자극제를 집어넣는다. 천서진은 오윤희로부터 성악의 꿈을 빼앗는 인물이면서 동시에 심수련의 남편 주단태(엄기준)를 유혹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향후 심수련과 오윤희의 복수 전개 과정은 자식들의 교육문제와 얽혀 활활 타오를 것으로 보인다.
그다지 드라마의 완성도나 세련됨 혹은 개연성을 기대하지 않고 이야기의 흐름과 메시지에 몰입해 본다면 <펜트하우스>는 그 강한 자극성으로 시청자들의 눈을 잡아끄는 드라마라는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만나면 싸우고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며 피를 흘리고 복수에 불타는 욕망과 자극의 끝이 피로하게 느껴지는 시청자들이라면 <펜트하우스>가 꺼려지지 않을까.
하지만 분명한 건 이 드라마를 연기하는 연기자들의 노고가 그 어떤 작품들 속 연기자들보다 배는 높게 느껴진다는 사실이다. 감정을 끝까지 끌어 올려야 하고, 다소 과장된 대사와 상황을 일상적으로 연기해야 하며, 치고 박는 난투극도 불사해야 한다. 김순옥 작가표 파격과 과장 속에서 배우들의 고생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 고생이 헛되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까. 그저 그런 막장이라는 평가로 끝날지 아니면 그 파격을 통해 전하는 강렬한 메시지에 대한 공감으로 끝날지 지켜볼 일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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