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와 112를 더한 ‘소방서 옆 경찰서’, 캐릭터 판타지 또 먹힐까

[엔터미디어=정덕현] “몰라. 피해자 소방이 챙겨. 난 가해자 딸라니까.” SBS 새 금토드라마 <소방서 옆 경찰서>에서 연쇄살인범에게 납치된 채 구조를 기다리는 피해자가 있는 아파트를 가까스로 찾아내 구조하러 들어가는 형사 진호개(김래원)는 119 구급대원 송설(공승연)에게 그렇게 말한다. 소방서와 경찰서가 등장하는 드라마. 그래서 피해자는 소방관이 챙기고 가해자는 형사가 검거하는 이야기가 바로 <소방서 옆 경찰서>다.

범죄스릴러를 보면 형사들이 출동하면서 피해자를 긴급 구조하는 구급차가 등장하던 장면들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소방서 옆 경찰서>는 형사 혹은 119 소방대원을 각각 주인공으로 세우곤 했던 드라마가, 이제 이 두 직업군이 공조하는 스토리를 가져왔다. 사실 범죄 현장에서 끔찍한 연쇄살인범을 추적해 체포하는 형사들이 나오는 이야기도 극적이지만, 1분1초가 위급한 이들을 위해 긴급 출동해 그들을 구조해내는 소방대원들의 이야기도 극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이 둘을 더하면 얼마나 극성이 높아질까.

피해자가 생존가능 한 골든타임이 제시되고 그 안에 피해자를 구조하면서 동시에 가해자를 검거하는 이야기는 2017년 시즌1을 방영해 시즌5까지 이어졌던 OCN 드라마 <보이스>와 유사한 점이 있다. 실제로 첫 회에 형사 진호개와 구급대원 송설, 화재진압대원 봉도진(손호준)이 함께 투입되어 공조한 사건은, 허벅지 칼이 꽂힌 채 언제 범인에 의해 살해될지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점점 의식을 잃어가는 피해자를 구조해야 하는 긴박한 상황을 다뤘다. 1시간이라는 골든타임, 범인과의 사투, 피해자 구조 같은 소재들이 <보이스>를 떠올리게 하는 면이 있다.

하지만 차별점이 있다면 소방대원들이 등장함으로써 구조 작업 자체가 중요한 스토리의 소재가 되고, 화재 진압 같은 이들의 역할도 빠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앞서 소개한 진호개의 대사에서도 등장하듯이 소방서와 경찰서 사람들의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여기서 생기는 갈등이나 혹은 그걸 뛰어넘는 공조가 <보이스>와는 색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의 디테일한 개연성은 다소 아쉬운 점이 없잖아 있다. 예를 들어 문이 잠겨 있는 아파트에 진입하기 위해 사다리차를 타고 베란다로 들어간 진호개가 현관을 먼저 열지 않고 방문 수색부터 들어가다 범인에게 붙잡히는 상황이 그렇다. 현관 앞에 이미 경찰들이 배치되어 있는 상황인데, 이들이 함께 진입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범인과 구조대들이 대치하는 극적인 상황을 만들기 위한 설정이지만 개연성이 아쉽다.

또 납치된 피해자가 방으로 도망쳐 문을 잠근 채 이어폰으로 구조대와 연락을 취하는 그 시간 속에서 범인이 한가롭게 요리를 하고 있는 상황도 어딘가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이것 역시 스토리를 쫄깃하게 만들기 위해 작가가 의도적으로 설정한 부자연스러움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아쉬운 디테일과 개연성에도 불구하고 첫 회 시청률이 7.6%(닐슨 코리아)다. 19금 제한 관람을 선택한 것 치고는 높은 시청률이다.

이런 결과가 나온 건 그간 SBS가 꾸준히 만들어왔던 금토드라마 블록이 가진 편성 시간대의 힘이 여전하다는 걸 말해주는 것이고, 무엇보다 범죄와 화재, 구조가 더해진 자극적인 설정들이 먼저 시선을 끌었다는 걸 말해준다. 다소 아쉬운 사건의 개연성 역시 이 시간대의 SBS 드라마들이 지금껏 해왔던 ‘개연성 보다는 캐릭터’라는 그 일련의 방향성 속에서 시청자들도 어느 정도 받아들이는 눈치다.

전작이었던 <천원짜리 변호사>에서의 천지훈(남궁민) 같은 매력적인 캐릭터가 있어 다소 느슨한 개연성들이 받아들여졌던 것처럼, 이번 <소방서 옆 경찰서>에서 내세우는 캐릭터는 바로 진호개라는 형사다. ‘진돗개’로 불리는 이 형사는 첫 회 첫 사건에서 범인의 허벅지를 물고 놔주지 않는 것으로 그 캐릭터를 드러냈다. 범인을 잡기 위해서는 물불 가리지 않고 “한 번 물면 놓지 않는” 것이 이 캐릭터의 매력이다. 과연 진돗개 형사도 그간의 SBS 금토드라마가 내놓은 캐릭터들처럼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아끌 수 있을까. 거기에 이 드라마의 성패가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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