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옆경2’, 굳이 손호준을 사망하게 한 건 득일까 독일까

[엔터미디어=정덕현] 설마 진짜로 봉도진(손호준)을 사망하게 했을까? SBS 금토드라마 <소방서 옆 경찰서 그리고 국과수(이하 소옆경2)>의 시청자분들은 설마 설마 했을 게다. <소방서 옆 경찰서> 시즌1에서부터 진호개(김래원)와 봉도진은 진돗개와 불도저로 불리던 투톱이었다. 두 사람이 각각 경찰서와 소방서를 대변하는데다 끈끈한 브로맨스를 보이면서 연쇄방화사건을 공조하는 이 드라마의 색다른 세계관이 탄탄하게 연결될 수 있었다.

그런데 설마가 진짜가 됐다. 3회 만에 범인의 의도적인 방화로 인해 봉도진이 사망한 채 발견된 것. 그래서 사실상 3회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분량은 그의 사망 원인을 파악하면서 동시에 그에 대한 애도의 서사로 채워졌다. 그가 사랑했던 송설(공승연)은 무너져 내렸고, 동료 소방대원들은 물론이고 옆 경찰서의 경찰들, 봉도진의 동생 봉안나(지우)와 국과수 법의관 윤홍(손지윤) 모두 그의 사체 앞에 눈물을 흘렸다.

사실상 투톱에서 진호개 한 사람으로 체제를 바꾼 셈인데, <소옆경2>는 굳이 이런 전개를 통해 무얼 얻으려 한 걸까. 아무래도 주인공이 사망하는 상황은 가장 극적일 수밖에 없어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 수 있다는 게 이유일 수 있지만, 그 보다는 <소옆경2>가 가진 새로운 방식의 공조 수사를 봉도진의 사망을 통해 극적으로 보여주려 한 면이 커 보인다.

<소옆경2>는 시즌1에 ‘국과수’라는 또 하나의 색깔을 더했다. 소방서 소재의 콘텐츠가 갖는 불과 싸우고 인명을 구조하는 서사에, 경찰서 소재의 콘텐츠인 범죄 수사가 더해졌던 시즌1에 국과수라는 과학수사의 서사가 더해진 것. 봉도진의 사망은 이 모든 요소들을 하나로 아우르는 사건으로 전개됐다.

숨바꼭질 하던 아이 한 명을 화재 현장에서 구해낸 봉도진이 거기서 별 모양의 불을 발견함으로서 그것이 누군가 의도적으로 낸 방화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가 폭발로 인해 사망하게 된 것. 그런데 국과수에서 봉도진의 사체를 부검하는 과정에서 위와 식도에 초로 보이는 파라핀이 가득 채워져 있는 걸 발견한다.

서로 다른 두 장소에서 방화가 발생했다는 사실 때문에 공범이 있는 게 아닌가 의심되었지만, 폭발을 지연시키는 방법으로 초를 사용했다는 걸 알고 실험을 통해 어떤 초를 썼는지까지 확인하게 된 송설과 봉안나 그리고 윤홍은 사건의 진실을 파악하게 됐다. 봉도진의 사체에서 초가 나온 건, 그가 자신을 희생하면서도 이 방화 사건의 증거가 사라지지 않게 하기 위해 죽기 직전 증거물인 초를 삼켰기 때문이었다.

즉 봉도진이 사망하는 이 사건을 통해 소방서와 경찰서 그리고 국과수가 공조하는 서사가 흥미진진하게 전개됐다. 사체 부검 등을 통해 사망 원인 등을 파악하는 일을 주로 다루는 국과수의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사망이 분명 필요했고, 그걸 봉도진의 희생으로 그려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3회 만에 일어난 봉도진의 사망이 <소옆경2>가 향후 국과수까지 아우르는 색다른 서사를 펼쳐나갈 거라는 걸 알리는 효과를 가져온 건 분명하다. 하지만 이렇게 얻은 것만큼 잃은 것도 적지 않다. 그건 무엇보다 이 작품은 시즌1이 가진 힘에 의해 시즌2가 제작된 것이고, 무엇보다 시즌1의 중심적인 매력 중 하나가 진호개와 봉도진이 보여주던 티키타카 공조라는 점 때문이다.

과연 봉도진의 사망으로 손호준이 3회 만에 하차한 이 상황은 <소옆경2>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당장은 극적인 서사를 통해 시선을 집중시킨 것만은 분명하지만, 아무래도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지 않을까. 향후 <소옆경2>의 전개에서 이 빈자리는 과연 누가 메워줄 수 있을까. 궁금증과 기대감 그리고 아쉬움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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