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서 옆 경찰서’, 리얼리티 범죄물 아닌 수사 시트콤?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이 제목만 봐도 로맨스가 느껴지듯 SBS 금토드라마 <소방서 옆 경찰서>의 제목 역시 쉽게 각인된다. 듣자마자 리얼리티 범죄물의 느낌이 팍 오기 때문이다.

당연히 소재도 좋다. 수많은 형사물에서 수사경찰을 다뤘지만 그들과 함께 움직이는 119 구급대원들을 팀으로 다룬 경우는 드물다.

더구나 <소방서 옆 경찰서>의 설정은 첫 장면에서 등장하는 형사 진호개(김래원)의 식상한 형사 캐릭터를 보완하고도 남는 점이 있다. 물면 놓지 않는 형사의 이미지는 이미 너무 많이 소비됐고 이 드라마의 첫 회에서 드러난 진호개의 행동 패턴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소방서 옆 경찰서>은 진호개의 매력에 푹 빠져서 보게 되는 그런 드라마가 아니다. 범죄와 그 범죄를 해결하는 수사경찰과 119구급대원들의 리얼리티가 궁금해서 보게 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일단 설정만으로도 궁금해지는 <소방서 옆 경찰서>은 첫 회에 불편할 정도로 생생한 납치극을 소재로 삼았다. 납치범의 잔혹함 때문에 눈살은 찌푸려지지만, 순간순간 긴장감이 밀려오는 것 또한 사실이다.

납치 피해 여성은 늦은 밤 납치를 당해 한 아파트에 감금된다. 피해 여성은 칼을 들고 남성에 저항하지만, 결국 힘에서 밀린다. 결국 그 칼은 여성의 허벅지를 찌르고 만다. 피해 여성이 도망친 곳은 그 아파트에 있는 화장실 딸린 방. 하지만 그 방은 이미 비닐로 사방벽을 막아놓았다. 이미 범죄물에 익숙한 시청자들은 안다. 아, 저것은 살해를 위한 작업실이구나. 피해 여성의 휴대폰은 피의자와의 다툼 끝에 거실 소파 밑으로 들어가 버렸다. 다행히 피해 여성은 무선 이어폰이 있었고 다행히 어머니의 전화가 걸려와 112에 신고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112 신고 이후 이 드라마가 첫 회 중반까지 쌓아온 긴장감은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한다. 비단 119구조대의 봉도진 역할을 맡은 손호준의 연기가 너무 가벼워서만은 아니다. <소방서 옆 경찰서>은 일단 경찰과 구조대의 범인 검거 과정을 철저하게 보여주겠다는 의지 때문인지 전문용어들을 상황에 맞춰 너무 강박적으로 집어넣었다. 그 때문에 리얼리티 있는 생생한 장면을 보여줘야 할 드라마는 일종의 설명서 같은 느낌으로 흐른다.

여기까지도 <위기탈출 넘버원> 같은 재미는 있었다. 게다가 피해자와 함께 납치범의 신상에 대해 파악하는 전개에서는 추리소설 같은 흥미로움도 느껴졌다. 하지만 경찰과 소방관의 합동작전에 이르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두 조직의 합동작전을 위해 너무 작위적이면서 우스꽝스러운 전개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피해자의 위치를 알 수 없어 불을 지르게 한다? 그것도 피가 꿀렁꿀렁 나오는 과다출혈로 쓰러지기 1시간 정도 남은 피해자에게 라이터로 바닥을 긁게 해서? 드디어 화장실에서 화재가 일어나고 경찰과 구조대원들이 사다리차를 타고 사건현장에 잠입한다. 그 사이 피해자가 질식하면 어떡하지? 하지만 피해자는 생각보다 용케 버틴다. 그런데 납치범은 형사를 발견하고 위협하며 둘 사이에 다툼이 일어난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납치범은 이 집 화장실에서 일어난 화재를 알지 못한다. 타는 냄새가 안 나나? 그는 축농증 환자인가? 그래도 비닐이 타는 유독가스 연기 때문에 눈물은 나올 텐데? 소시오패스가 슬픈 상황에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는 있지만, 눈의 감각이 마비되어 눈물이 나오지 않은 건 아닐 텐데. 그리고 마지막에 형사의 말에 속아 넘어간 납치범이 화장실 문을 열면서 화염이 거실로 쏟아져 나온다. 발화지점의 내부 산소가 소진돼 상황에서 문을 여는 순간 산소가 유입되면서 백 드래프트 폭발이 일어난 것이다. 이때 사건 전개가 절정으로 팍!

허나 제작진의 기대와 달리 시청자들은 담담하게 백 드래프트를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러면서 아, 이것은 초반은 스릴러 중반은 코미디였군, 이러면서 코웃음을 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작위적인 전개와 허점 때문에 두 팀의 합동작전은 흥미진진하기보다 시트콤의 한 장면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아마 이것이 제작진이 기대한 이 드라마의 재미는 아닐 것이다.

<소방서 옆 경찰서>은 쓸데없이 폼 잡거나 거창한 척하지만 알고 보면 지루한 드라마는 아니다. 경찰과 구조대원의 일에 대한 사전조사도 나름 공들인 듯 보인다. 이야기의 전개도 호흡이 빠른 편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합동작전의 전개가 앞으로도 자꾸 우스꽝스럽게 다가온다면? 맞다, <소방서 옆 경찰서>는 좋은 제목이다. 하지만 범죄물이 아닌 시트콤의 제목처럼 보이기도 쉽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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