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 7관왕, 아카데미의 도전적인 결과에 대하여

[엔터미디어=듀나의 영화낙서판] 3월 12일(현지기준),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렸다. 수상결과는 다음과 같다.

장편 애니메이션상: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

남우조연상: 키 호이 콴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여우조연상: 제이미 리 커티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장편 다큐멘터리상: 나발니

단편영화상: 언 아이리시 굿바이

촬영상: 제임스 프렌드 (서부 전선 이상 없다)

애드리언 모로, 주디 친, 앤 마리 브래들리 (더 웨일)

루스 E. 카터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국제영화상: 서부 전선 이상 없다

단편 다큐멘터리상: 아기 코끼리와 노부부

단편 애니메이션상: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미술상: 크리스티안 M. 골드벡, 에르네스틴 히퍼 (서부 전선 이상 없다)

음악상: 폴케르 베르텔만 (서부 전선 이상 없다)

시각효과상: 조 레터리, 리처드 베이넘, 에릭 세인던 (아바타: 물의 길)

각본상: 다니엘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각색상: 사라 폴리 (위민 토킹)

음향상: 마크 와인가튼, 제임스 H. 마더, 알 넬슨, 크리스 버든, 마크 테일러 (탑건: 매버릭)

주제가상: 나투 나투 (RRR)

편집상: 폴 로저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감독상: 다니엘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남우주연상: 브렌든 프레이저 (더 웨일)

여우주연상: 양자경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작품상: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스틸컷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스틸컷

결과를 정리해본다면,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작품상을 포함한 7개의 상을, 독일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가 국제영화상을 포함한 4개의 상을, <더 웨일>이 남우주연상을 포함한 2개의 상을 받았고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아바타: 물의 길>, <위민 토킹>, <탑건: 매버릭>, <RRR>,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가 각각 한 개씩 상을 받았다. <타르>, <파벨만스>, <이니셰린의 밴시>, <슬픔의 삼각형>, <엘비스>는 상을 받지 못했다.

이 결과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지상에서 영원으로>, <벤허>, <타이타닉>과 같은 인기 있는 히트작이 주요 부분상을 독식했던 옛 아카데미상의 이전 역사를 연상시킨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주요부분상 수상은 거의 확실시되었고 아카데미가 이를 염두에 두고 시상식을 계획했다는 것은, 지난해의 스캔들 때문에 나오지 못한 윌 스미스 대신 여우주연상을 시상하러 온 배우가 최초의 비백인 여우주연상 수상자였던 할리 베리라는 것, 작품상을 시상하러 온 배우가 키 호이 콴과 <인디아나 존스>에서 공연했던 해리슨 포드였다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결과 대부분이 예상 가능했다는 것은 올해의 결과가 별다른 논란 없이 대중을 만족시키는 종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독창적이고 괴팍했지만 후보에 오른 작품들 중 가장 쉽게 사랑할 수 있는 영화이기도 했다. 여우주연상 수상자인 양자경과 남우주연상 수상자인 브렌든 프레이저 모두 상을 받으면 사람들이 환호할 법한 드라마와 의미를 갖고 있었다.

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 스틸컷
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 스틸컷

하지만 이 겉보기의 친숙함에서 벗어나 보면 이 결과는 훨씬 도전적이다, 일단 네 연기상 수상자 중 두 명이 아시아계다. 특히 양자경은 이번 수상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역사상 두 번째 비백인 배우이고 최초의 아시아계 배우라는 기록을 세웠다. (어떤 기사에서는 ‘최초의 아시아계 배우’ 대신 ‘아시아계로 정체화한’ 또는 ‘최초의 동아시아 배우’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그건 아시아계라는 단어는 언제든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문스트럭>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셰어는 부계가 아르메니아 출신이니 서아시아계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할리우드 가십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비비안 리에게 인도계 피가 섞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소문을 알 것이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두 다니엘 감독 중 한 명인 다니엘 콴도 아시아계이니, 이 영화는 아시아인 감독이 만든 아시아인이 주인공인 영화로는 두 번째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탄 작품이다. 첫 번째가 <기생충>이고 한국의 제작 환경에서 이는 전혀 핸디캡이 아니었다는 걸 고려해 보면 이 상의 의미는 더욱 크다. 세상은 느리지만 변화하고 있고 그 속도는 더욱 가속할 것이다. 우리는 미래에 할리우드 영화에서 더 많은 아시아인들의 이야기를 보게 될 것이다.

영화 '위민 토킹' 스틸컷
영화 '위민 토킹' 스틸컷

다른 수상자들 중 가장 눈에 뜨이는 사람은 자신이 감독한 영화 <위민 토킹>으로 각색상을 수상한 사라 폴리를 들 수 있다. 아역배우 출신으로 성인으로 넘어간 뒤에도 배우로서 존재감을 보였지만 감독과 작가로 변신해 인상적인 작품을 내놓고 있는 폴리는 올해 시상식에서 가장 인상적인 수상 소감을 말하기도 했다.

“First of all, I just want to thank The Academy for not being mortally offended by the words ’women‘ and ’talking‘ put so close together like that.

(“우선 ’여성‘과 ’말하기‘라는 단어가 그렇게 가깝게 붙어 있는 것에 대해 치명적인 불쾌감을 느끼지 않은 아카데미 측에 감사하고 싶습니다.”)

사라 폴리 자신을 포함한 인상적인 여성 감독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 중 여성이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폴리의 발언은 더욱 의미가 크다. 두 번째로 인상적인 소감은 <RRR>의 <나뚜 나뚜>로 주제가상을 수상한 MM 키라바니의 것으로 카펜터스의 <Top of the World>를 개사해 소감을 대신했다.

영화 '더 웨일' 스틸컷
영화 '더 웨일' 스틸컷

한편 올해는 영화제작사 A24가 아카데미를 독식한 해였다. 7개 상을 받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도 있지만 2개 받은 <더 웨일>도 A24의 작품이다. 이건 올해 연기상을 받은 네 명의 배우 모두가 A24 영화에 출연했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앞으로도 이 회사가 미래 아카데미 수상작들의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는 건 거의 확실한 것 같다.

칼럼니스트 듀나 djuna01@empas.com

[사진=OCN,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서부 전선 이상 없다’‘위민 토킹’‘더 웨일’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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