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준비한 올 K예능들, 글로벌 경쟁력은 무엇인가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올해 넷플릭스는 과연 K예능도 성공시킬 수 있을까. 지난 4일 서울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넷플릭스 예능 마실’ 행사는 이 질문에 대한 어느 정도의 단초를 읽어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저마다의 자기 색깔이 확실한 예능 PD들인 정효민, 이은경, 박진경, 김재원 그리고 정종연 PD가 함께 한 이 행사에서는 이들이 올해 들고 올 여섯 편의 예능 프로그램이 소개됐다.

여섯 편의 예능 프로그램들은 19금 토크쇼(성+인물), 여성 출연자들의 생존 전투 서바이벌(사이렌 불의 섬), 좀비 버라이어티(좀비버스), 청춘 리얼리티(19/20), 연애 리얼리티(솔로지옥3) 그리고 두뇌 서바이벌(데블스 플랜)로 소재와 장르적으로 다채롭다. 그런데 각 프로그램들을 하나하나 곱씹어 보면 그 기획 자체가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플랫폼에 걸맞게 K예능으로서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먼저 이달 25일 공개되는 정효민 PD가 연출한 <성+인물>은 성과 관련된 인물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는 현장 19금 토크쇼로 성시경과 신동엽이 MC를 맡았다. 일본편과 대만편이 준비되어 있다고 하는데, 이러한 소재 자체가 파격적이다. 물론 정효민 PD의 대뷔작이 19금 토크쇼였던 <마녀사냥>이었긴 하지만, <성+인물>은 해외의 현장을 직접 찾아가 관련 인물들을 직접 인터뷰 한다는 점이 확연히 다르다.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이 아니면 어려웠을 과감한 시도가 아닐 수 없다.

5월에 공개 예정인 이은경 PD의 <사이렌 불의 섬>은 최근 글로벌하게 주목받는 생존 전투 서바이벌 프로그램이지만 그 출연자들이 여성들이라는 점이 특별하다. 이 프로그램은 소방관, 경찰, 군인 등 모두 6개의 직업군으로 나뉜 6팀이(총 24명) 미션에 따라 전략, 체력을 바탕으로 승부를 겨룬다고 한다. 똑같은 미션이지만 직업별로 이를 해결해나가는 다른 방식을 보는 재미가 예상된다. 물론 여성들의 경쟁 서바이벌이라는 차별점도 최근 주목되는 여성 서사의 강점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과 <두니아-처음 만난 세계>를 연출했던 박진경 PD는 <좀비버스>라는 좀비 버라이어티를 올 여름에 선보일 거라고 한다. 서울에 실제로 좀비가 나타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는 상상에서 시작한 이 예능 프로그램은 <킹덤>, <지금 우리 학교는> 같은 드라마로 K좀비라는 지칭까지 나오게 만든 넷플릭스가 내놓은 예능판 K좀비라는 기대감을 만든다.

한편 성공한 예능 프로그램인 <솔로지옥>의 김재원 PD는 <19/20>과 <솔로지옥3>를 선보일 예정이다. <19/20>은 열아홉에서 스무 살 성인으로 넘어가는 청춘들이 함께 지내며 성장해가는 청춘 리얼리티라고 한다. <솔로지옥>과는 다른 풋풋한 청춘들의 사랑과 우정 그리고 성장과정을 볼 수 있을 거라고 했다. 반면 <솔로지옥3>는 이전 시즌들과는 다른 과감한 변화를 시도해 올 겨울에 돌아올 예정이다. 풋풋함과 매운맛으로 서로 결이 다른 두 프로그램이지만, 그 밑바닥에 깔린 인물들의 내면과 심리를 섬세하게 포착해내는 리얼리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두뇌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일가를 이룬 정종연 PD가 하반기에 선보일 <데블스 플랜>은 아직 구체적인 흐름은 나와 있지 않지만 <더 지니어스>, <소사이어티 게임> 같은 시도를 통해 갖게 된 노하우가 망라된 두뇌 서바이벌을 선보일 거라고 한다. 게임이 너무 어려워 마니아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어려울수록 더욱 열광했던 전작들처럼 이 프로그램이 전 세계 게임 마니아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각 프로그램들의 기획 포인트와 차별점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거기에는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둔 야심들이 엿보인다. 성 담론, 여성들의 생존 서바이벌, K좀비, 청춘 리얼리티, 연애 리얼리티 그리고 두뇌 서바이벌이라는 소재들이 그렇다. 이것들은 대부분 국내에서 시도되지 못했던 것들이고, 한국이라는 차별점이 분명히 드러나는 아이템이면서 동시에 해외에서도 먹힐 법한 보편적인 장르들을 차용하고 있다.

그간 드라마와 영화에서 글로벌 성취를 보여주며 K콘텐츠라는 지칭이 생기는데 넷플릭스가 해온 지분은 결코 작지 않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정서적, 문화적 차이 때문에 그 성과가 적었던 K예능이 넷플릭스의 올해 라인업을 통해 어떤 결과를 낼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기획 하나하나에 담긴 글로벌 경쟁력은 과연 K예능의 위상 또한 높여 놓을 수 있을까. 올해 넷플릭스 K예능에 거는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크게 다가온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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