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미디어=정덕현] “대한민국에서 적목의 씨를 말릴 거야.” 이로움(천우희)이 원하는 건 결국 복수다. 적목이라는 재단에 의해 당한 모두를 위한 복수. 저마다의 능력을 갖고 있는 아이들을 후원하는 것처럼 위장해 사실상 범죄의 도구로 활용해온 적목 재단. 어린 이로움은 자신을 찾아온 부모를 선택하고 집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적목은 그걸 허락하지 않았다. 부모를 살해하고 이로움을 살인범으로 몰아 감옥에 보낸 것.

tvN 월화드라마 <이로운 사기>는 이런 전후 사정을 쉽게 시청자들에게 전해주지 않았다. 감옥에서 나온 이로움이 무슨 목적을 갖고 있는지를 쉽게 알려주지 않았고, 그가 다시 모이게 만든 정다정(이연), 링고(홍승범), 나사(유희제)가 그와 어떤 관계인지 또 그들의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도 잘 알려주지 않았다.

이렇게 된 건 이로움이라는 캐릭터가 ‘사기’를 치는 인물이기 때문이었다. 어떤 행동을 하면서도 그는 계속 뒤통수를 친다. 변호사를 자청한 한무영(김동욱)과 공조해 사기도박을 하는 것처럼 속이고, 경찰을 불러 그 사기도박에 가담한 나사, 한무영 그리고 이 도박의 타깃인 박종구(김희찬)까지 제거하려 한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이로움의 목적은 따로 있었다. 과거 자신의 부모를 죽인 증거품인 리볼버를 확보하는 것이 그것이다. 박종구가 바지사장으로 있는 월계환경개발이 경찰서 증거품 폐기 처리 계약 건을 따냈다는 걸 알고, 폐기 직전 리볼버를 빼돌리려 한 것이다.

즉 이처럼 <이로운 사기>는 이로움이라는 말 그대로의 사기 캐릭터(?)가 계속 뒤통수를 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심지어 이 캐릭터는 화면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시청자들에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설명하곤 하는데, 그것 역시 시청자들의 뒤통수를 치기도 하고 때로는 아주 조금씩 단서를 제공함으로써 시청자들을 궁금하게 만든다. 그래서 <이로운 사기>의 이야기는 매번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흥미진진함이 만들어진다.

결국 <이로운 사기>가 그리고 있는 건 이로움의 복수극이다. 과거 자신의 부모를 죽인 적목의 씨를 말리는 것. 이 복수극에 정다정, 링고, 나사는 이로움에 대한 저마다의 죄책감과 부채감 때문에 함께 할 수밖에 없게 됐다. 즉 재단에 같이 붙잡혀 있던 그들은 이로움의 부모 살해에 원치 않았지만 가담했던 전력이 있어서다. 이들은 죄책감과 더불어 이로움에 대한 두려움도 느끼고 있었다.

또한 한무영 변호사 역시 이들 적목 키드들이 도산시킨 공장장의 아들이라는 점은 이들의 악연이 모두 적목이라는 공동의 적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걸 말해준다. 이러한 대결구도는 피해자들끼리 악연을 맺고 있지만, 그걸 만들어낸 진짜 적을 향해 이 피해자들이 뭉쳐 복수를 하는 방식으로 그려진다. 적목의 씨를 말리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이로운 사기’가 이제 본격적으로 펼쳐질 거라는 것이다.

결코 친절하지 않은 전개 방식을 갖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를 계속 보게 만드는 힘은 다름 아닌 이로움이라는 사기 캐릭터에서 나온다. 그런데 속내를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얼굴과 쿨하다 못해 콜드하게 느껴지는 이로움이라는 캐릭터의 매력은 다름 아닌 천우희라는 배우를 만나 시청자들을 쥐락펴락하는 힘을 발휘하고 있다. 무표정한 얼굴로 “대한민국에서 적목의 씨를 말릴 거야”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느껴지는 서늘함은 천우희라는 배우의 이미지와 만나 더할 나위 없는 시너지를 만들어내고 있으니 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