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규의 낭만, 원칙주의자 이경영까지 끌어안을 수 있을까(‘김사부3’)

[엔터미디어=정덕현] “그 사람이 누구든,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위치에 있는 사람이든 다른 잡생각은 안한다. 그냥 머리에 딱 하나만 꽂고 간다. 살린다. 무슨 일이 있어도 살린다. 이게 선생님이 우리한테 주신 첫 가르침이었습니다.” 위급한 스키 점프 국가대표 수술에서 선수 생명까지 고려한 수술을 하려는 김사부(한석규)의 선택에 대해 원칙주의자인 흉부외과 닥터 차진만(이경영)이 반대하고 나서자 서우진(안효섭)은 그렇게 말한다. 그건 김사부의 생각이자 돌담병원이 운영되어온 철학이기도 하다.

SBS 금토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3>에 김사부와 대결구도로 등장한 차진만은 원칙과 시스템을 중요시하는 보수적인 외과의로 김사부의 이런 선택과 그에 동조하는 서우진과 돌담병원 사람들이 다 같이 “미쳤다”고 생각한다. 자칫 잘못하면 목숨이 위태로워질 수 있는 상황에서 선수로서의 삶까지 생각하는 수술 순서의 선택은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생명이 우선이고 그 다음이 삶의 질이다. 그건 결코 의사로서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서우진이나 차은재(이성경)는 김사부의 선택을 신뢰한다. 일반적으로는 차진만의 말이 맞지만, 엄청난 경험치를 갖고 있는 김사부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본다. “무모한 게 아니라 저희가 보지 못하는 부분까지 보고 계신 거예요. 김사부님이 워낙 외상 경험이 많으시다 보니까.” 차은재의 말처럼 차진만의 원칙과 김사부의 원칙은 차이가 있다. 경험치에 따라 선택에도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눈으로 봤을 때는 미쳤다고 생각하는 수술의 선택들을 <낭만닥터 김사부3>는 시작부터 계속 보여줬다. 탈북자들을 수술하는 과정에서도 이를 옆에서 본 당시 군의관 이선웅(이홍내)은 그 선택들에 경악하는 반응을 보였고, 돌담 병원에서 김사부나 그 제자들이 해내는 여러 수술들 속에서도 장동화(이신영) 같은 레지던트나 이 병원으로 새로 온 이선웅은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이건 드라마틱한 광경을 연출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이 김사부 팀이 갖고 있는 실력이 워낙 뛰어나 외부사람들이 보면 그 수술과정이 무모하게 보이는 착시현상이 생기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건 김사부라는 어찌 보면 판타지적인 천재 외과의라는 존재가 있어 가능한 일이지만, 그를 보면서 배워온 서우진이나 차은재 같은 제자들은 애초 차진만 같은 반응을 보이다가 점차 그 선택들을 신뢰하게 되고 그들 스스로도 그런 선택을 하면서 김사부처럼 되어가는 과정을 보인다. 차진만의 미쳤다는 말에 서우진이 하는 ‘낭만’에 대한 이야기는 그래서 이 드라마가 전하려는 메시지를 압축한다. “가끔은 미치지 않고서는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이 있더라고요. 그걸 사부님은 낭만이라고 하셨고요.”

“낭만? 사람 생명이 왔다 갔다 하는 수술대에서 낭만을 찾아?” 그 말에 발끈하는 차진만의 반응은 그래서 당연하다. 그건 어쩌면 돌담병원에 처음 왔던 서우진이나 차은재 모두 한 번씩 했던 불신의 경험들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실로 사람의 생명을 좌우하는 수술대에서의 순간들에 있어서 그저 의사로서 면피하는 보수적인 선택만이 아닌 좀 더 나은 삶을 살게 해주고 싶어 하는 열망이 필요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통해 실력을 키우는 일이 전제가 되어야 가능해지는 일들이지만, 그 일들은 비현실적이라 여겨지는 것까지 현실화하려는 이른바 ‘낭만’이 없으면 시작조차 될 수 없는 것들이다.

그래서 이제 숙원사업이었던 외상센터까지 다 지어놓은 김사부가 굳이 그의 라이벌이자 원칙주의자인 차진만을 그 자리에 앉혀 놓은 데는 그만한 ‘큰 그림’이 있지 않을까 하는 예측을 하게 만든다. 그 큰 그림은 실력은 충분하지만 ‘낭만’이 없는 차진만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닐까. 서우진도 차은재도 심지어 박민국(김주헌) 원장까지도 결국 변화시켰던 것처럼, 차진만 같은 실력자를 변화시켜 돌담 외상센터의 든든한 디딤돌을 세우겠다는 큰 그림이 그것이다.

<낭만닥터 김사부3>가 굳이 차진만 같은 인물을 데려와 김사부와 라이벌 구도를 만드는 선택을 한 건 그저 드라마적인 대결구도를 만들어내기 위한 작위적인 선택이라고만 보긴 어렵다. 그건 대결처럼 보이지만 더 큰 그림을 가진 김사부가 차진만을 변화시키고 끌어안는 과정일 수 있어서다. 무수한 선택이 오가는 병원에서 원칙과 시스템만으로는 부족하다. 그건 병원만이 아니라 우리네 사회도 마찬가지일 게다. 누군가는 비현실이라고 말하는 ‘낭만’적인 선택들이 어쩌면 좀 더 살만한 세상을 만들 수 있으니 말이다. 김사부가 과연 이 낭만이라고는 없는 원칙주의자 차진만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지에 관심이 가는 이유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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