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닥터 김사부’ 제작진이 시즌4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알아야할 것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SBS 금토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3>는 성공적일까? 반환점을 돌아선 시즌3을 지켜보면서 명쾌한 대답을 주저하게 된다. 수치는 성공 쪽을 가리키고 있다. 평균 13%대를 기록하는 시청률이나, OTT를 비롯한 화제성, 2049시청률, 전 시즌의 다시보기 등 여러 지표상 숫자들은 좋다. 다만, 이전 시즌과 비교하면 떨어진 숫자이고, 무엇보다 앞선 시즌이나, 최근 성공한 드라마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계단식으로 상승하는 시청률 그래프가 보이지 않는다.

앞선 두 시즌과 이번 시즌3의 가장 큰 차이는 스케일이다. 예스런 외관의 3층 건물, 내부 또한 나무 몰딩과 장식으로 꾸며진, 요즘 병원과 거리가 먼 돌담병원 옆에 현대식 대형 건물로 올라선 권역외상센터는 스케일업의 상징이다. 총기사고, 붕괴사고 등 제작에 힘을 주면서 볼거리도 화려해졌다. 이홍내, 이신영 등 촉망받는 배우들이 합류해 서브플롯도 늘어났고, 기존의 김사부(한석규)의 멘토링을 통한 성장서사와 의료 드라마 특유의 회당 에피소드 전개에 레이어를 더해 이야기의 스케일 또한 키웠다. 김사부와 친구지만 여러모로 대척점을 이루는 차진만(이경영)이라는 ‘네임드’를 투입해 대한민국 의료계의 현실과 옳고 그름, 세대론에 관한 질문을 전면에 내세운다.

따라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자, 담대한 포부라고 느껴지는 기획은 아무래도 배우이자 자체가 클리셰이기도 한 이경영을 투입하면서 의료 현실을 비롯한 리얼리티를 대폭 끌어안았다는 점이다. 새로운 빌런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절대악이나 거악이 아니다. 김사부와 대립하며 존재감을 발휘하다 12회에 퇴장한 이경영은 다윗과 골리앗 구도를 형성하거나 전형적인 악당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관, 신념, 선악 등 철학적 물음을 던지는 <다크나이트> 조커와 같은 입체적인 빌런에 가깝다.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볼거리를 차별화하고 성장서사의 떨어진 에너지를 보강하는 측면에서 스케일업은 당연한 접근이며 쉬운 길보단 성숙한 시리즈를 만들고자 하는 방향성에 응원한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 대한 기대는 ‘낭만’에 있다. 시즌1이 지금 시대에도 의술로 인간다움을 설파하는 의사가 있다는 존재를 알린 낭만이었다면, 시즌2는 이른바 주류와 비주류, 자본논리와 사명 등 이른바 현실논리와 맞서는 낭만을 담았다. 시즌3은 제작부터 낭만 그 자체다. 유인식 PD와 강은경 작가가 전 시즌을 함께하고 있고 시즌1의 유연석과 시즌2의 등장인물들이 모두 3년 만에 돌담병원으로 ‘콜’을 받고 뭉쳤다.

그리고 이 낭만은 돌담병원이란 장소에서 시작된다. ‘낭만’이 사라진 시대, ‘낭만’을 노래하는 김사부라는 캐릭터에 판타지를 부여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장치는 일반적인 대도시의 대형 종합병원이 아닌 정선의 돌담병원이라는 일상과는 동떨어진 특별한 공간에 있다. 그런데 시즌3은 이 판타지를 품은 공간에 의학계 현실부터 연애까지 현실의 고민을 대거 가져와 밀착시킨다. 현실의 소재를 차용해 판타지의 재료로 풀어냈던 이전 방식에서 나아가 보다 직접적으로 현실의 이야기와 고민을 극 속으로 끌어들인다.

돌담병원 옆에 세워진 현대식 병원건물 권역외상센터는 현실감의 상징이다. 이경영은 그 실타래다. 판타지를 위한 동화와 같던 공간에서 대한민국 의료계의 현실, 의료인을 바라보는 시선, 올바른 방법, 세대론 등의 가치 판단 문제를 가져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진다.

그러면서 시즌3은 함께 팀으로 성장하는 서사, 눈부신 김사부의 활약에 대한 기대를 넘어선 도전의 길을 걷는다. 이 행보에 많은 시청자들이 함께하고 있고, 재난 사고, 전쟁 상황 등에서 길어올린 에피소드부터 의료계의 여러 갈등과 현실 등의 리얼리티를 담아내고 있음을 칭찬하고 있다. 하지만 리얼리티와 판타지의 융합이 이전 시즌에 비해 원활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김사부의 존재감과 낭만이 축소되었기 때문이다.

축소된 김사부의 역할과 무거워진 주제의식은 회당 에피소드의 긴장감과 완결성도 떨어뜨린다. 그리고 이를 중화하는 방법으로 멜로의 비중이 높아졌다. 서우진(안효섭)과 차은재(이성경)의 동거로 발전한 연애, 윤아름(소주현)과 박은탁(김민재)의 신뢰를 쌓아가는 연애 스토리가 본격적이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도 ‘현실’이란 단서 조항이 붙는다. 알콩달콩한 로맨스보단 집안, 부모님의 반대, 과거, 직장 내 서열 등 현실이 갈등을 유발하는 요소로 계속해 등장하며 고민거리를 하나 더 만든다.

일상에서 벗어난 공간인 돌담 병원에서 계속된 가치관에 대한 질문을 받다보니, SBS가 말하는 한국형 히어로물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이전 시즌처럼 몰입하고 이야기에 빠져 들기가 쉽지가 않다. 시즌3에서 김사부가 보여주는 낭만은 의술이나 긴장감 높은 스토리에서의 활약보다도 말(대사)로써 전하는 올바름의 설파다. 그러다보니 현실을 소화하는 방식이 의식적이고 교조적으로 다가오기까지 한다.

의사는 환자를 살피고 살린다. 무조건. 이 단순한 소명의식이 김사부라는 판타지의 출발이었다. 여기에 감화된 돌담병원 식구들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김사부가 치료해야 할 것은 외상이 아니라 사회적 병폐에 가깝다. 사회적 문제, 조직 관리, 세대론, 정치논리의 대결까지 그 앞에 다가오는 케이스가 스케일이 커지고 다양해졌다. 그 반면 상대해야 하는 빌런들은 이분법의 구도를 벗어난다. 강한 두려움을 자극하는 힘을 가졌거나 이해 불가한 사이코패스가 아니라 힘은 비교적 약한데 복잡하고 입체적이다. 끝판대장으로 점점 주목도가 올라가는 도의원의 경우 아들이 병원에서 제때 치료를 못 받아 죽었고, 붕괴 건물에 매몰된 바 있다! 누가 그에게 돌을 던지랴.

‘김사부’의 매력은 현실 소재를 차용한 이야기 속에서 진짜 중요한 정의와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어떤 상황에서도 김사부의 실력과 인품을 통해 결국 해내고 만다는 희망적 메시지에 있다. 그러나 현실에 대한 문제제기를 넘어 드라마를 통해 더 나은 사회가 되는 데 영향을 끼치겠다는 포부가 있던 것일까. 그런데 김사부라는 단 한 사람의 인물이 무언가 변화를 일으키고, 어떻게든 살려낸다는 것 자체가 이미 판타지다. 돌담병원에서 피어난 ‘낭만’을 현실에서도 적용해보려는 의도가 과했던 것일까. 혹은 3년 만에 완전체로 돌아온 돌담 식구들에 대한 기대가 너무나 컸기 때문일까. 기대했던 이야기로서의 재미와 새로이 가져온 주제의식 사이의 적절한 배합이 아쉽게 다가온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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