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대결 넘어선 ‘낭만닥터 김사부3’, 그래서 더 깊이가 생겼다

[엔터미디어=정덕현] SBS 금토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3>가 이전 시즌들과 달라진 점은 뚜렷한 빌런이 없다는 사실이다. 시즌1과 시즌2의 도윤완(최진호) 거대병원 원장 같은 빌런이 시즌3에는 없다. 심지어 시즌2에서 김사부(한석규)와 날을 세웠던 박민국(김주헌)은 시즌3에서는 돌담병원장이 되어 김사부와 뜻을 같이 하는 인물이 됐다.

시즌3에 빌런처럼 보이는 인물이 없는 건 아니다. 바로 돌담 외상센터장으로 오게 된 차진만(이경영)이다. 김사부와 젊은 시절 라이벌이었고, 차은재(이성경)의 아버지인 차진만은 그러나 빌런이라기보다는 생각이 다른 사람이다. 김사부가 환자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낭만’을 이야기하는 의사라면, 차진만은 환자만큼 의사도 중요하고 또 절차나 매뉴얼, 원칙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의사다.

건물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김사부를 비롯해 서우진(안효섭), 차은재, 박은탁(김민재) 등등 돌담병원 사람들이 모두 현장과 응급실에서 생명이 위급한 환자들을 치료하는 와중에, 차진만은 도의원 아들이 사망한 의료사고에 대한 소송 때문에 김사부의 급박한 전화도 받지 않고 법정으로 향한다. 이건 마치 차진만이 위급한 상황을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외상센터장으로서 의사들을 보호하려는 그의 선택이기도 하다.

또 건물 붕괴 현장에서 매몰된 위급한 환자가 생기자 가장 먼저 보호해야 하는 것이 의사 자신이라는 원칙을 어기고 그 매몰 현장으로 뛰어드는 서우진과 박은탁이 결국 위험에 처하게 되는 이야기는 거꾸로 김사부의 ‘낭만’이 과연 옳기만 한 일인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냉정한 이야기지만, 먼저 의사가 살아야 더 많은 위급한 환자들을 구할 수 있다. 즉 차진만의 소신처럼 원칙은 그냥 있는 게 아니라 합리적인 판단 하에 세워진 것들이라는 점이다. 결국 2차 붕괴로 인해 서우진과 박은탁이 매몰됐다는 소식을 들은 김사부는 그것이 환자의 생명이 우선임을 늘 강조해온 자신 때문은 아닌가 하는 자책감을 갖게 된다.

<낭만닥터 김사부3>는 이처럼 쉽게 빌런을 단순화해 세우고 김사부와의 대결을 그리려 하지 않는다. 이것은 아들의 죽음 때문에 돌담병원에 소송을 걸고, 이 외상센터에 대한 지역 예산안 통과에 거부행사를 하는 도의원을 그저 빌런으로만 그리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치인이지만 응급실에 올 때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아들을 이렇다 할 의사들의 조치도 받지 못한 채 잃었다. 당연히 이 병원에 대한 불신이 생길 것이고, 해당 의사들에 대한 분노가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흥미로운 건 이 건물 붕괴 사고에 마침 그곳을 찾았던 도의원이 매몰된다는 사실이다. 다행히 생존한 도의원은 이 사고로부터 살아나오게 된다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외상센터라는 특별한 공공의료의 공간이 지역사회에 왜 꼭 필요한가를 절감하게 되지 않을까. 그 현장의 특수성을 직접 경험함으로써 아들의 사망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여러모로 도의원이 매몰현장에 들어와 있는 상황은 다소 인위적인 설정이긴 하지만, 이러한 외상센터에 대한 쟁점을 끄집어내는 효과적인 방식이다.

물론 시청률에는 단순한 빌런을 세우고 이를 시원시원하게 풀어나가는 사이다 전개가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시즌2까지 이미 그런 대결구도의 방식으로 풀어온 <낭만닥터 김사부>가 시즌3에도 똑같은 방식을 취했다면 어떤 느낌을 주었을까. 시청률은 좀 더 나왔을지 몰라도, 또 비슷한 패턴의 반복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았을까.

<낭만닥터 김사부3>는 이처럼 빌런을 내세운 단순 대결의 서사가 아니다. 심지어 김사부가 갖고 있는 ‘낭만’이라는 키워드로 대변되는 소신 또한 흔들리는 상황들이 등장한다. 그래서 단순 대결을 벗어난 <낭만닥터 김사부3>는 더 깊이가 생겼다. 선악 대결 같은 단순함이 아니라, 저마다 생각과 소신이 다른 인물들이 특정 상황 안에서 부딪친다. 그러면서 어쩌면 서로를 성장시켜가고 그 균형점을 찾아가는 그런 이야기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시즌제 드라마가 정착되었다고는 하지만 시즌3까지 등장한 <낭만닥터 김사부3>가 단지 대중적인 성공만이 아니라 보다 깊어진 세계관의 대결로 그 관점을 옮겨온 건 그래서 박수 받을만한 일이다. 물론 시청률도 결코 낮은 건 아니지만, 깊이까지 더해져 다양한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드라마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건 이 시즌제 드라마가 향후 시즌을 더 지속해나갈 수 있는 중요한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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