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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사월’, 김순옥 작가도 이렇게 게을러질 수 있구나
기사입력 :[ 2015-12-13 13:05 ]


‘내 딸 금사월’이 시청률이 높은 이유는 도대체 뭘까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어떤 드라마가 외면당하는 이유가 일견 타당해 보이는 때도 있다. MBC 수목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의 후속인 <달콤살벌 패밀리> 같은 경우가 그러하다. 유행이 한물 지난 1990년대 코믹조폭물의 드라마 버전 같은 이 작품은 그나마 그런 드라마 특유의 장점인 ‘쌈마이’하면서도 재빠른 진행마저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때그때 주먹구구식의 이야기로 힘겹게 드라마를 이어가는 인상이다. 정준호, 문정희, 유선, 정웅인 등 주연배우들의 호연으로도 이 맥없는 드라마를 살리기란 쉽지 않다. 그러니 당연히 이 드라마가 화제성이건 시청률이건 그저 그런 건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다.

하지만 MBC 주말드라마 <내 딸 금사월>이 계속해서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는 건 좀 이해하기 힘들다. 막장드라마라거나 자극적인 설정이 지나쳐 국민윤리(?)에 어긋나서가 아니다. 어떤 드라마는 잠시 인간의 뇌를 내려놓고 그저 순간순간의 재미로 보는 맛이 있다. 하지만 <내 딸 금사월>은 무엇보다 그 재미라는 게 별로 없다.

물론 주말 밤 10시 시간대가 이미 MBC가 몇 년째 꿀을 발라놓은 자리라는 건 틀림없다. 또 SBS <아내의 유혹>에서 장서희의 점 하나로 일일드라마를 평정한 김순옥 작가에게는 분명 특별한 것이 있다. 그건 MBC <왔다, 장보리>에서 보여준 것처럼 그녀는 매운 막장에 시청자를 불편하게 하지 않는 유머를 적절히 섞을 줄 아는 능력이 있다.

그런 까닭에 김순옥 작가의 드라마에서 악녀는 악녀지만 밉지가 않다. <아내의 유혹>의 김서형이나 <왔다, 장보리>의 이유리가 악녀 캐릭터로 성공한 이유는 그래서다. 또한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아스트랄’해지던 임성한 작가의 이야기와 달리 그녀는 ‘아스트랄’에 도달하기 전에 재빠르게 치고 빠지는 감각이 있다.



허나 임성한 작가의 은퇴 이후 김순옥 작가는 본인의 드라마에 점 하나 찍고서 ‘임순옥’으로 변신하고 싶은 욕심이 있던 걸까? <내 딸 금사월>은 본인의 최대 히트작인 <왔다, 장보리>에 임성한 작가의 <하늘이시여>를 휘핑크림으로 얹어놓은 것 같은 이야기다. 거기에 신득예(전인화)가 점은 안 찍지만 헤어스타일만 바꿔 다른 여자로 변신해 남편을 속이니 <아내의 유혹>도 샷 추가.

하지만 <내 딸 금사월>은 이 모든 재미있을 것 같은 설정이 도리어 상투적으로 여겨진다. 거기에 전래동화에 나올 법한 착한 아가씨 금사월은 하는 일이 없다. 그녀는 이 드라마의 악녀 오혜상(박세영)에게 매번 속고 속는다. 그리고 그런 금사월 구해주는 건 왕자님인 강찬빈(윤현민)과 자신이 사월의 친엄마라는 사실을 숨기고 있는 신득예다.



보통 이런 경우 악녀가 각성하고 잔인해질수록 드라마는 보는 이를 끌어당기는 맛이 있다. 하지만 전작에서 워낙 연민정의 잔상이 강해서일까? <내 딸 금사월>의 오혜상은 악녀치고 뭔가 굼뜨고 게으른 면이 있다. 아니다, 그건 오혜상 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반적으로 <내 딸 금사월>은 게으르다. 재미있을 법한 요소를 두루 가져와서 그걸 게으른 방식으로 익숙하게 풀어낸다.

그런 까닭에 이 드라마는 보는 이의 허를 찌르는 데 실패한다. 결국 남는 건 유재석이다. 유재석의 특별출연처럼 그때그때의 코믹한 상황으로 게으른 이야기를 덮는다. 하지만 아무리 전인화의 시어머니 소국자를 연기하는 박원숙의 개인기가 뛰어나도 이 인물이 잘 살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아무리 전인화가 우아하고 예쁜 신득예의 모습으로 화면을 장악해도 정작 이 인물이 드라마적으로 어떤 매력이 있는 캐릭터인지는 도무지 파악되지 않는다.



그나마 <내 딸 금사월>의 흥미진진한 부분이라면 나쁜 남자 강만후를 연기하는 손창민과 신득예의 첫사랑이자 강만후의 라이벌 그리고 금사월의 생부인 착한 남자 오민호를 연기하는 박상원이다. 두 배우의 놀라운 연기력이 <내 딸 금사월>에서 빛나는 건 아니다. 다만 파크랜드 신사복 광고가 제일 잘 어울릴 법한 젠틀맨 이미지의 두 배우가 개연성 없이 나쁘거나 맹하기만 한 인물을 소화하기 위해 버둥대는 모습이 안쓰러운 페이소스를 자아내긴 한다.

그래서 손창민은 으르렁대다 너무 딱딱해지고 한숨만 쉬는 박상원은 어느새 인생에 짜증뿐인 중년남자의 신경질을 고스란히 재현한다. 그건 생각보다 꽤 독특한 재미를 주긴 한다. 여인들의 머리끄덩이 싸움이 중심인 막장드라마에서 한때 톱스타였던 남자배우들이 ‘먹고사니즘’을 위해 어떻게 적응해 나가는지 보여주는 증명사례 같아서다.

그럼에도 <내 딸 금사월>의 높은 인기는 이해하기 힘들다. 도대체 이 드라마의 인기 비결은 뭘까? 실은 이 지루한 드라마를 보다 보면 사월이가 언제 성공할지 혜상이의 민낯이 언제 드러날지보다 그 점이 가장 궁금해진다.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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